대림 제 4주일

2009. 12. 20. 오전 4:48:28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금요일에 저는 봉성체를 하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군 복무 후 직장에 다니던 형제 한분은 어느 날 근 무력증이 생겼습니다. 직장을 다닐 수도 없었고, 집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지체 장애 1급을 받았습니다. 매일 매일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형제님은 이번 금요일에는 얼굴이 무척 밝았습니다. 정상인들 사이에서는 자기는 장애인이지만, 장애가 심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은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자신은 자신보다 장애가 심한 분들을 위해서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데, 몇 달 전에 보았던, 상심과 좌절의 얼굴은 사라지고, 의욕과 희망이 넘치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근 무력증으로 혼자서는 잘 다닐 수 없는 상태이고,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근 무력증도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살려고 하는 의지까지 무력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살려고 하는 그 형제님에게 성탄의 기쁨이 더욱 크리라 생각했습니다.

또 한분은 세상의 가치와 세상의 즐거움 속에서 살다가 암 진단을 받으신 형제님이십니다. 다른 모든 것보다, 성당의 신부님을 만나고 싶어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어제 형제님을 위해서 기도를 드리며, 이제 신앙 안에서 모든 것을 맡기고 받아들이는 형제님을 보았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 앞에서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였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을 믿으며, 가족들에게도 성당에 다닐 것을 권유하시는 형제님은 이미 모든 것을 용서받았으며, 비록 몸은 아직 병중에 있지만 마음과 영혼은 깨끗하게 치유되었음을 보았습니다.

주님의 성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주위의 모든 환경이나 여건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면서 내가 세상을 사랑하고, 잘못한 이를 용서하며, 내 마음에 있던 분노와 원망, 미움과 슬픔을 비워버리고, 인내와 사랑, 용서와 평화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고, 새로운 세상에서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대림 제 4주일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우리는 어떤 준비를 했는지 잠시 생각을 합니다. 평소에 공부를 많이 했어도, 좋은 성적을 얻는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요점정리’를 잘 합니다. 시험에 나올 만한 것들을 미리 요약해 놓고, 짧은 시간에 요점 정리한 것들을 읽으면서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대림 4주일을 지내면서 그동안 우리는 어떤 말씀을 많이 들었는지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대림시기를 보냈는지 알 수 있고, 며칠 남지 않은 대림시기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림 첫째 주는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단순히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깨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의 마음과 나의 의식이 하느님을 향해 열려 있어야 깨어 있는 것입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청소년 분과장님께서 아주 아름다운 구유를 성전 입구에 마련해 주었습니다. 작년에도 구유를 마련했는데, 올해는 예수님께서 너무나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구유가 마련되었습니다. 성당 입구의 구유를 보면서 성당에 다니지 않는 분들도 구경을 하고, 사진도 찍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구유를 보면서 성당에 다니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깨어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에 예수님께서 오실, 아름다운 구유를 마련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림 두 번째 주는 ‘인권주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은 소중하고, 그 사람의 인격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하게 갇혀있는 사람, 폭력으로 희생당하는 사람, 가난 때문에 굶주리는 사람, 장애인이라는 이유를 차별받는 사람들이 있으며, 여성이라서, 어린아이라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제 곧 1년이 되는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은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바로 이렇게 가난하고, 불쌍하고, 병든 사람들도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그런 분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 오십니다.

대림 세 번째 주는 ‘자선주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사람의 비유를 들어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혈통이나, 직책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강도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쓰러져 신음하는 사람을 못 본척하고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없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는 마태오 복음 25장에서 유명한 ‘최후의 심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 중에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가난하고, 헐벗고, 병든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하느님께 해 준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 그렇게 따뜻하게 해 드렸으니, 천상의 잔치에 초대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자선은 나를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주는 길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예쁜 꽃이 그 고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두운 땅 속에서 끊임없이 양분과 물을 찾아 고생하는 뿌리의 수고와 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건강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기쁘게 생활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주님의 성탄을 이렇게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말없이 우리를 도와주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우리를 사랑한 고마운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오시는 대림시기를 열심히 준비해주신 교우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별히 부족한 저를 도와서 본당의 모든 일들이 잘 될 수 있도록 늘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성령께서 2000년 전 유대 산골의 작은 마을에 임하셔서 엘리사벳과 마리아를 복되게 하셨습니다. 화려한 도시의 커다란 집도 아니었습니다. 뛰어난 능력과 재능으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 만한 그런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 말씀들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기도했던 사람들을 복되게 해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주님께서 하신 약속들이 꼭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면,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기쁘게 생활한다면 바로 이곳에도 분명 주님께서는 오실 것입니다. 2000년 전에 엘리사벳과 마리아를 사랑하셨던 그 주님은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댓글 1

  • 2009년 12월 21일 오전 8:4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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