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3주간 수요일

2009. 12. 16. 오전 8:29:27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신문을 보았습니다. 신문의 기사 내용 중에 ‘2009’년 대한민국을 가장 빛낸 인물이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치인들 중에는 없었습니다. 문화와 예술인 중에도 없었습니다. 경제와 과학 분야에서도 없었습니다. 예, 사람들은 ‘김연아 선수’를 2009년 대한민국을 가장 빛낸 인물로 선정하였습니다. 뛰어난 기량과 당찬 태도, 그리고 환상적인 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습니다. 실수를 했을 때라도 곧 다시 일어서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희망을 보았습니다. 2009년 우리 가정에서 가장 빛나는 가족은 누구인지, 2009년도 본당에서 가장 빛나는 분은 누구인지 생각해 봅니다.

10년 이상 병상에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정성껏 돌보시는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매주 빠짐없이 ‘주보’를 접어주시는 어르신들을 생각합니다. 본당에는 많은 봉사자들이 계십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본당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하시는 모든 봉사자들께서 2009년 본당을 빛내신 인물들이십니다.

저는 어제, 저의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했습니다. 11시 40분쯤 사무실에서 주보교정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 자매님께서 성물방에서 ‘성모상’을 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성물방을 여는 시간이 아니었지만, 몸도 불편하신 분께서 어렵게 성당에 오셨는데 그냥 보내드리기가 미안해서 사무장님께 성물방 문을 열어 드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성물방에서 자매님께서 성모상을 고를 시간을 함께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5분 정도 성모상을 고르시더니, 제게 어느 것이 좋겠는지 의견을 물었습니다. 저는 하얀 성모상을 권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자매님께서는 다른 성모상을 고르셨습니다. 저는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매님은 다른 성모상을 또 보시면서 제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저는 아까 말씀 드린 것도 있고, 제 의견 보다는 자매님의 뜻대로 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드디어 결정을 하셨고, 저는 봉투에 넣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다른 성모상을 고르시는 거였습니다. 저는 이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도 12시가 넘었습니다. 아예, 자매님께서 성모상을 고르시는 동안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가서, 주보를 가져다가 교정도 성물방에서 보았습니다. 드디어 자매님께서 원래 고른 것으로 하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 중에도 몇 번 제게 또 의견을 물어보아서 저는 ‘자매님 뜻대로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드디어 자매님께서 성모상을 사시고, 나가셨습니다. 저는 30분 정도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속에서 불이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매님께서 가시고 나서 생각을 했습니다. 몸도 불편하신 분이, 조카를 위해서 성모상을 고르고 또 고른 것인데 조금 더 친절하게,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깊은 산중에서 생활하시는 봉쇄 수도원의 수도자들의 생활을 아무런 꾸밈없이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들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기도와 일을 영화는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또 겨울이 오면서 영화는 끝이 났습니다. 그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만 들렸습니다. 영화는 두 가지의 성서말씀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지진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가 들려왔다.’ 수도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을 찾았으며, 조용한 일상의 삶에서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끝에 ‘소경’이 되신 수사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감사를 드립니다. 내가 소경이 된 것도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소경이 되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깝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세상 모든 것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감사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허망한 것들을 이루려고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는 빛을 만드는 이요, 어둠을 창조하는 이다. 나는 행복을 주는 이요, 불행을 일으키는 이다. 나 주님이 이 모든 것을 이룬다.’ 이사야 예언자는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고, 비록 고난 중에 있었어도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그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도록 하십시오.

 

댓글 1

  • 2009년 12월 16일 오전 9:2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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