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12월 8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대해서 특별히 몇 가지 믿을 교리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사실은 당연히 예수님께 대한 것들입니다. 초대교회는 ‘예수님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시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분의 권위 있는 가르침, 수많은 기적들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것을 보면서 당연히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예수님께서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시고, 슬퍼하며, 기뻐하기도 하셨고,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님께서는 온전히 하느님이시면서, 온전히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신학적인 해답을 찾은 교회는 이제 성모님께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모님은 온전히 인간이면서, 온전히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시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성모님께 대한 첫 번째 믿을 교리가 되었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두 번째 믿을 교리는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는 원죄의 속박에서 자유로운 분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님께서는 사람은 누구나 가지게 되는 원죄에서 자유로운 분이라고 선포합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은 이런 신학적인 배경에서 생겼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세 번째 믿을 교리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서는 원죄의 결과인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따라서 성모님께서는 죽음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승천하였다는 교리가 생겼습니다. 이것이 ‘성모님의 승천’ 교리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시기에, 원죄에 물들지 않았고,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성모님은 죽음을 거치지 않고, 승천하였다는 것이 성모님께 대한 믿을 교리입니다.
저는 12월 8일이면 늘 생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십니다. 제가 적성성당의 본당신부였을 때입니다. 2000년 봄에 저는 추기경님을 대림특강 강사로 모시려고 하였습니다. 추기경님께 정성어린 편지를 보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저의 편지를 받으시고, 몇 달 후에 답장을 보내 주셨습니다. 다른 본당은 가지 않으시는데, 적성 성당은 당시 서울 교구에서 가장 작은 본당이기 때문에 와 주신다는 답장이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강의와 미사를 해 주셨고, 본당의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습니다. 언제나,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이 생각납니다. 해마다 성탄절에는 달동네를 찾아가셔서, 성탄미사를 함께 봉헌하셨던 추기경님이 생각납니다.
교회는 물론 전례와 교리와 신학이라는 ‘틀’이 있습니다. 엄격한 조직과 질서를 통해서 교회는 2000년 역사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생명력을 키웠던 것은 바로 아래로 아래로 향해서 내려가는 ‘사랑’입니다. 나의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했던 ‘겸손’입니다. 우리가 성모님께 존경과 사랑을 드리는 것은 그분께 대한 믿을 교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성모님을 따르고, 그분께 사랑을 드리는 것은 성모님께서 보여주셨던 ‘겸손과 순종’입니다. 모든 것을 가슴에 품고 참아내셨던 사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