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본당에서는 김장을 했습니다. 자매결연 본당인 적성 성당에서 배추를 절여서 가져다주었습니다. 무는 덤으로 주셨고요. 구역장, 반장님들께서 함께 하였고, 올해는 특별히 남성구역장님들께 함께 해 주셨습니다. 성당 텃밭에 항아리를 묻었고, 그 항아리에 김장김치를 묻었습니다. 그 위에 눈도 내릴 것이고, 긴 겨울을 지내면서 항아리 속의 김치들은 맛있게 익을 것입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수고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계산으로만 해서는 김장을 함께 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상은 계산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눔과 정입니다. 함께 김장을 하는 것은 우리들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고, 우리들의 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번에 레지오 단원들은 금천구청에 가셔서 사랑의 김장을 하고 오셨습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과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김장을 하고 오셨습니다. 이 또한 아름다운 나눔입니다. 아침 일찍 구청에 가셔서 김장을 하고 오신 레지오 단원들께서도 수고를 하셨습니다.
요즘 신문에 자주 나오는 소식 중에 ‘세종시’ 문제가 있습니다. ‘행복도시, 행정 중심 복합도시’를 만들기로 했고 4년 전에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했던 사항입니다. 새로운 정부에서도 이를 계속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국무총리가 새롭게 바뀌고, 바뀐 국무총리는 ‘세종시’에 대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행정 중심 복합도시로는 자족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첨단 산업을 유치해서 자족기능을 갖춘 산업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대통령도 욕을 먹고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이지만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수정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야당을 비롯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했고, 법을 만들었으며 지금까지 원안대로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을 합니다.
세종시와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명분과 실리’에 있습니다. 명분이 있으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원칙이 무너지면 앞으로의 국가사업에도 똑같은 잣대가 적용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을 합니다. 반면에 명분이 있었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더 큰 유익함이 있으면 수정을 할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말 그대로 실용과 실리를 따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명분과 실리’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어머니는 아들 일곱 명을 하느님께 바치고 있습니다. 실리를 찾는다면 마지막 아들만큼은 살려 두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지금 막내아들을 살리고자 하는 실리를 포기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유명한 ‘달란트의 비유’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재능을 충분히 활용한 사람에게는 더 큰 일을 맡기신다는 말씀입니다. 반면에 주어진 재능을 활용하지 못한 사람은 가진 것 마저 빼앗긴다는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명분과 실리’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명분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적지입니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변하지 않는 명분과 목적지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그 목적지를 향해서 가기 위해서는 각자 가진 재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리는 명분을 향해서 나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명분 없는 실리는 중구난방이 될 수 있습니다. 실리 없는 명분은 공허할 수 있습니다.
명분과 실리가 충돌하는 경우는 두 가지의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적인 욕심이 앞설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실리를 앞세워 명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자신만이 옳다는 교만함입니다. 이런 경우 명분을 앞세워 타협과 화합의 여지를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명확해 집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이것은 다른 것과는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가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도, 나눔, 희생, 봉사, 인내’입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 하느님 나라만 찾는 다면 그것은 거짓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