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음식점에 가서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중국집에 가면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를 가지고 한두 번은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침에 신문을 읽으면서 각 방송국에서 편성한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습니다. 비슷한 시간대에 어느 프로가 더 재미있는지 선택을 한 적도 있습니다. ‘스포츠, 연예, 뉴스, 다큐, 시사, 드라마’ 이런 것들 중에서 어느 것을 고르느냐고 고민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음식점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는 것, 텔레비전 프로에서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선택은 아닙니다.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나에게 큰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선택을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것마저도 쉽지 않을 때, 주로 선택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거나!’ 물론 ‘아무거나’라는 메뉴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것을 따라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좀 더 힘들고 어려운 선택도 있습니다. 저와 같이 사제의 길을 가는지, 아니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미는지의 선택은 아주 중요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고,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어느 대학인지, 어떤 전공을 정하는지는 앞으로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와 여자가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은 성격차이로 헤어지는 부부도 많지만, 우리 교회는 한번 결혼하면 다시 헤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배우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할 때도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한발 잘못 걸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선택을 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주지 않아도 되는 선택,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택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주어야 하는 선택,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 선택은 함부로 하면 안 되고,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가? 오늘 성서 말씀은 간결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호세아 예언자는 말합니다. ‘아시리아는 나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지금은 크고 강해 보이지만 나를 구하지 못하는 것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선택합니다. 물론 돈이 편안함을 주고, 원하는 것을 채워주지만 돈도 나를 영원히 구원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명예를 선택합니다. 어떤 분들의 집에 가면 많은 상패들이 있습니다. 명예로운 일입니다. 사회를 위해 공헌을 했고,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 명예입니다.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고, 개인의 삶에도 큰 보람입니다. 하지만 명예만으로는 우리가 구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권력을 선택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축하해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좋은 것들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권불 십년’이란 말처럼 권력은 그 자리에서 멀어졌을 때, 때로 더 큰 공허함을 주고 외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선택인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명확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은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런 것들은 마치 바닷물과 같아서 채우고 채우면 더욱 갈증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 그래서 사라지지 않고, 나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것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온 마음을 다하고, 온 정성을 다하며, 온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주면 줄수록 샘물처럼 더욱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와 이웃을 풍요롭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사랑이 나를 온전하게 ‘구원’의 길로 인도해 주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을 선택하기 위해 우리는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 놓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기러기 엄마, 아빠가 되는 것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합니다. 좋은 일들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연인도, 건강도, 사랑스러운 자녀들도 온전히 나를 채워줄 수는 없습니다. 나를 온전히 채우는 것은 나를 만드신 분께로부터 오는 것이며, 나를 만드신 분은 사랑이십니다. 그 사랑이 힘입니다.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그것을 온 몸으로 알았고, 사셨기 때문에 마지막 가는 길에 말씀해 주셨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