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월요일 저녁에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씀을 남기고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파를 초월해서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추기경님을 추모하며 조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추기경님을 위한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추기경님을 추모하면서 많은 분들이 그분의 생전의 삶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며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다시 볼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아쉬워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수환 추기경님과 몇 가지 추억이 있습니다. 제가 사제 서품을 받을 때 추기경님께서 안수를 해 주셨습니다. 서품기념으로 추기경님께서 직접 사인을 하신 성경책을 주셨습니다. 서품을 받기 전에 자상한 눈빛으로 제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적성 본당 신부였을 때입니다. 추기경님께 대림특강을 해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다른 본당은 가지 않으셨지만, 작은 본당에는 오셔서 특강과 미사를 해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해마다 성탄절 미사는 어렵고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으로 찾아가셔서 봉헌하셨습니다. 이제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은 먼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부디 하느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사람들은 5가지의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부정입니다. 왜 내가 죽어야 하는지, 나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을 합니다.
두 번째는 분노입니다. 이렇게 죽어야하는 것에 대해서, 하느님과 이웃, 가족들에게 화를 내곤 합니다. 이렇게 병들어 죽게 되는 것에 대해서 원망과 미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타협입니다. 내가 다시 살아난다면, 다시 건강해 진다면 더욱 기쁘고 즐겁게 살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네 번째는 절망입니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 앞에 무기력해지는 것입니다. 아직 남아 있는 날들조차 아무런 희망이 없이 나약해지는 모습으로 지내게 됩니다.
다섯 번째는 수용입니다. 죽음이 단순히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그동안의 삶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이제 편안하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입니다.
죽음을 체험했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첫째, 그들은 한결같이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을 합니다.
둘째, 그들은 이제 죽음이란 필요 없어진 옷을 벗는 것처럼 육체를 떠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셋째, 그들은 죽음 속에서 온전한 자신을 느꼈고, 자신이 모든 사물,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더불어 어떤 상실감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절대 외롭지 않았으며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죽음은 영원한 생명에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넘어 부활하셨기 때문에 우리들 모두는 하느님을 믿고 찬미하여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에로 나갈 것을 믿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하느님의 종으로서 충실하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그러기에 이제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삶을 살아가리라고 믿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들입니다.
추기경님의 죽음을 보면서, 부정하거나, 분노할 필요는 없습니다. 타협하거나 절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자신의 안구를 기증하셔서 어둠 속에 있던 사람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 주신 그분의 세상에 대한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이제 모는 것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고 감사하면서 고마워 하셨던 그분의 겸손함을 배워야 합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우리를 하느님께 이끌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힘과 권위, 명예와 지식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줄 수 없다고 말을 합니다. 권위의 탑을 쌓아서는 하느님께 갈 수 없습니다. 명예의 탑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과학과 지식으로 우주선을 쏘아 올려서 도착할 수 있는 곳도 아닙니다. 교만함은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가장 커다란 유혹이라고 말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진정 하느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보여 주십니다. 그것은 겸손하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자였던 김수환 추기경님은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가셨습니다. 그분께서 피정 중에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입니다. 가슴에서 팔로 가는 여행입니다.’
이제 우리들도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가야합니다. 커다란 상실의 아픔이 있지만 그것에 절망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이제 우리 모두는 언젠가 하느님께로 가야하는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참된 신앙의 길을 묵묵히 걸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과 죽은 모든 이들이 하느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