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비도오고,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였는데, 비는 바람과 함께 왔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비행기도, 여객선도 결항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 성당도 바람 때문에 예비자 교리 현수막이 떨어졌습니다. 바람이 불었어도, 어제 내린 비는 겨울 가뭄에 목말라 하는 농부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 어머니는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어제 어디 있었느냐? 어제 무엇을 했느냐?’ 그런데 그런 질문을 하실 때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공부를 하거나, 성당에서 기도를 했을 때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친구들하고 밤늦게 놀거나, 딴 짓을 했을 때면 꼭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저는 대답을 하기가 참 곤란했습니다. 대답을 잘 못하면 어머니는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더 무섭기도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방향을 찾아가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지도입니다. 지하철에는 대부분 지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도에는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 위치’입니다.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타도 그렇습니다. 현재의 속도, 바람의 세기, 고도, 날씨, 도착 예정 시간 등이 나옵니다. 그리고 화면에 지금 비행기는 어디쯤 있는지 표시되어 있습니다. 비행기도 지금 있는 위치가 어디쯤 인지 알아야, 도착 예정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느냐라는 질문은 ‘장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두운 곳에 있는지, 잘못된 곳에 있는지, 양심을 속이는 곳에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시도 있었습니다. "까마귀 디디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희고 흰 깃에 검은 때 무칠세라. 진실로 검은 때 묻히면 씻을 길이 업으리라." 맹자의 어머니도 아들을 위해서 3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맹자의 어머니는 처음 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는 묘지 파는 흉내만 내며 놀았습니다. 그래서 교육상 좋지 않다고 생각한 맹자의 어머니는 시장 근처로 이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건을 팔고 사는 장사꾼 흉내만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곳 역시 안 되겠다고 생각한 맹자의 어머니는 서당 근처로 이사했습니다. 이곳에서 어린 맹자는 글 읽는 놀이를 했습니다.’저의 어머니도 이사를 할 때, 제일 먼저 정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성당이 가까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사시는 곳도 성당에서 100미터도 안 되는 곳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에게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너희는 어디에 있느냐?’ 이 질문도 아담과 하와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하시는 질문은 아닙니다. 아담과 하와가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을 했기에 하느님 앞에 나오지 못하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말씀을 어겼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진실을 덮으려고 해도 덮을 수가 없습니다. 거짓 또한 잠시는 가릴 수 있지만, 곧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우리에게도 똑같이 질문을 하십니다. ‘너 어디에 있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