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캐나다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것도 고마운 일인데 선물도 가져왔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행복하다.’고 했는데 받는 것에 더욱 익숙해 있습니다. 저녁에는 동창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식당의 주인께서 연말이라서 신부님들을 초대하셨고 저녁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예전에 있던 성당의 교우들이 만두를 가져 오셨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손수 만드신 만두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예전에 함께 만두를 만들고 미사 후에 먹었었는데, 할머니들께서 잊지 않으시고 보내 주셨습니다. 돈으로 계산 할 수 없는 따뜻한 사랑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예전에 알던 청년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는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지는 않지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숭이는 항아리에 먹을 것을 넣어두면 항아리에 손을 넣어 먹을 것을 잡는다고 합니다. 손을 펴야 항아리에서 손을 뺄 수 있는데 먹이에 대한 욕심 때문에 손을 펴지 못하고 결국은 사람에게 잡히고 만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삶도 원숭이의 모습과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욕심을 잡은 손을 펴지 못하기 때문에, 욕망을 잡은 손을 펴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를 잡은 손을 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죄의 멍에를 지게 됩니다.
청년에게도 무엇을 하라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도를 청하기에 기도 중에 함께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라는 책에서 벗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삶에서 벗어버리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어제 서서울 지역 여성 총구역장 지구 대표 모임이 있었습니다. 한 자매님께서 결혼한 아들이 아내를 도와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이 안쓰럽다고 하시더군요. 그러자 다른 자매님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제는 누구의 아들이 아니고, 누구의 남편이라고 생각하세요.’
올해도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시기 때문에 364일을 욕심과 욕망 때문에 채우려고만 했어도, 오늘과 내일 마음을 비우고 나누는 삶을 산다면, 베푸는 삶을 산다면, 기도의 삶을 산다면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새로운 한해를 선물로 주시는 분이라 믿습니다. 2시간 넘게 걸리는 먼 길을 오셔서 만두를 주고 가신 예전 본당의 신자들의 그 마음이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신부님들을 모시고 저녁을 대접해 주신 식당 자매님의 마음이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오늘 요한 사도는 바로 이런 마음을 담아서 글을 쓴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버지에게, 자녀에게, 젊은이에게 편지를 쓴다고 말을 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때에 정말 필요한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안나는 예수님을 만나고 축복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세상의 분주함 속에서는, 세상의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는 예수님이었습니다. 헤로데가 살았던 궁전에서는 예수님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율법과 규율에 얽매서 살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도 중에 하느님의 뜻을 찾았던 안나는 예수님을 보았고, 축복의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