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동창들과 함께 안면도엘 다녀왔습니다. 길가의 풍경은 완연한 가을이었습니다. 들판의 곡식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며 환하게 웃으실 농부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정직하게,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축복을 내려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가을에 우리들의 삶도 알찬 결실을 맺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후에 잠시 쉬고 있는데 6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꼭 필요한 전화도 있고, 제가 바라는 전화도 있지만 불필요한 전화, 받고 싶지 않은 전화도 있습니다. 전화로 사기를 치는 낚시 전화가 있습니다. 그런 전화는 받는 즉시 끊어야 합니다. 시골 본당에서 물건을 팔게 해 달라고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사정은 알지만, 우리 본당도 매 주일 판매를 하기 때문에 간곡하게 거절을 합니다. 이번 봉헌식 때 오지는 못했지만 축하한다는 전화도 왔습니다. 동생이 아픈데 내일 기도를 해 달라는 자매님의 전화도 받았습니다. 성당의 위치를 묻는 전화도 있었고, 후배 신부님의 전화도 있었습니다.
전화는 나와 바깥세상을 연결해 주는 유익한 도구입니다. 이 전화로 기쁨을 전하기도 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서로의 안부를 알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도 있고, 때로 전화를 걸면서 심하게 다투기도 합니다. 화가 나면 전화를 거칠게 내려놓을 때도 있습니다. 전화의 문제가 아니라, 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인데, 저도 예전에 화가 나서 전화를 바닥에 던진 적도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으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겉으로는 친절한척하고, 웃으면서 뒤로는 남을 험담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신앙생활을 하지만 남을 돕는데 인색한 사람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욕심 때문에 형제와 다투는 사람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참된 신앙생활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성령을 통하여 믿음으로 의로워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사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는 할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오늘 내가 거는 전화가 상대방에게 위로와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칭찬과 격려의 전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말, 친절한 말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