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2011. 12. 28. 오전 9:17:24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예전에 ‘인생은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쌍곡선’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지만 살면서 슬픔과 아픔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또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저도 2011년을 보내면서 즐거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30일 피정을 두 번이나 하였습니다. 신앙인이 30일 동안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지낸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제가 배우고 자란 신학교에서 ‘설교학’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공자님의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유능한 제자를 만나서 함께 공부하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본당에서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와 본당 공동체에게는 과분한 선물인 ‘성모동산’을 무상으로 주셨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성모동산은 파랗게 변할 것입니다. 이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여름에는 동창신부님들과 캐나다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휴가를 가기위해서는 건강해야 하고, 친구가 있어야 하고, 시간이 있어야 하고, 재정적인 여유도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휴가를 가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그런가 하면 제게도 슬픔과 아픔이 있었습니다. 지난 봄 부친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제게는 큰 산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강직함과 정직함을 몸소 보여 주신 분이셨습니다. 늘 기도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부친께서는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소중하게 사시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 세상 소풍 끝내듯이 그렇게 하느님께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어머니와 자식들에게는 큰 슬픔입니다. 그래도 모친께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아버지의 빈자리를 잘 채워주십니다. 제게는 가끔씩 찾아오는 친구처럼 ‘통풍’이 있습니다. 6년 전 처음으로 저를 찾아오더니 1년이면 한번정도는 저를 찾아옵니다. 통풍이 주는 아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입니다. 통풍이 오는 시간은 저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제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너무 외부의 일을 많이 하면 통풍은 찾아옵니다. 그래서 좀 쉴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저를 만들어 줍니다.

한 개인에게도, 공동체에게도, 조직에게도, 국가에도 이렇게 기쁨과 행복 그리고 슬픔과 고통은 함께 왔다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행복과 기쁨은 좋은 것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고 절제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담과 하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해서 진정으로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들의 욕망과 욕심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채우면 채울수록 더욱 갈증이 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이 고통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고통은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가 뜨거운 것을 못 느낀다면, 아이가 추위를 못 느낀다면, 아이가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에 신체의 장애를 얻을 것입니다. 고통은 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몸을 위험으로부터 피하게 만들어 줍니다.
고통은 소중함을 알게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자녀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깁니다. 이는 출산의 고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쓴 작품들이 무척 소중할 것입니다. 그런 작품을 쓰기위해서 수많은 날들을 고민하고 갈등했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장만한 집이 소중한 것은 그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기 때문입니다. 그저 주어진 집은 편하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소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통은 공동체를 어둠에서 빛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른 새벽 환경 미화원이 거리를 쓰는 것은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태석 신부님께서 저 멀리 아프리카에 가서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도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른 것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고통은 인생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삶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 우리는 무죄한 어린이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만 무죄한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낙태를 통해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죽고 있습니다.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들이 1억 명 이상 됩니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성탄의 기쁨은 인생이 기쁨과 즐거움만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성탄의 기쁨은 가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성탄의 기쁨은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성탄의 기쁨은 십자가와 부활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예수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슬픔과 고통이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슬픔과 고통 속에서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영광을 찾는 것입니다. 기쁨과 즐거움이 인생의 전부도 아닙니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은총과 하느님의 축복을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이 참된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댓글 1

  • 2011년 12월 30일 오후 12:45

    신부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 통풍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 2012년 되세요. 통풍 안돼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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