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간 금요일

2011. 12. 9. 오전 5:28:05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길을 보면 포장이 안 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길이 패이고, 갈라지면 어김없이 포장을 합니다. 포장된 길은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우선 차량이 달려도 먼지가 나지 않습니다. 비가와도 땅이 질퍽거리지 않습니다. 포장된 길을 보면 깨끗하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마치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 온 학생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포장된 길은 몇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달리다 보니 자칫 사고가 나면 큰 사고가 됩니다. 비가 오면 담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만 비가 많이 와도 거리는 엉망이 됩니다. 포장된 도로에서는 생명이 살아가기 힘듭니다. 씨앗이 뿌리내기도 어렵고,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길이 흙길이었습니다. 그 흙길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았습니다. 저도 어릴 때 그런 동네의 흙길에서 지냈습니다. 자치기, 다방구, 술래잡기, 딱지치기, 비석놀이와 같은 것들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흙과 모래가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땅강아지도 보았고, 지천에 널린 풀과 꽃들을 보았습니다. 물론 흙길은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차한대가 지나가면 뽀얀 먼지를 일으킵니다. 비가 오면 신발에는 진흙이 묻고 옷에도 흙탕물이 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모든 길이 포장된 지금은 예전의 흙길이 그립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어떤 분들은 스펀지와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펀지는 물을 말없이 빨아들이듯이 그런 사람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어줍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들에게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남의 단점과 허물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고 들어줍니다. 저의 동료 중에는 그런 사제가 있습니다. 언제나 찾아가면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들어줍니다. 시골 마을 입구에 가면 언제나 반갑게 맞이 해주던 느티나무처럼 그렇게 기다려 주는 친구입니다. 머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친구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오고, 그 친구 생각만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옳고 그름을 탓하기 전에 먼저 믿어주는 친구입니다. 본당에서 회의를 할 때도 그런 분들을 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분입니다. 그런 분들은 어쩌다 한 마디 해도 사람들이 모두 수긍을 합니다. 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비판하기 전에 이해하려고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유리벽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든 것을 튕겨내는 분들입니다. 누가 한 마디 하면 본인은 열 마디를 하는 분들입니다. 결코 지고는 못하는 성격입니다. 본인의 의견이 옳고 그른 것 보다는 본인의 자존심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분들이 하는 말은 틀린 경우가 없어도 듣는 사람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곤 합니다. 저의 동료 중에는 그런 사제가 있습니다. 약속을 해도 늘 본인의 기준에 따라서 합니다. 본인에게 더 중요한 일이 생기면 지금 했던 약속은 의당 취소하는 성격입니다. 늘 외롭다고 하지만 막상 함께 하려고 하면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점에서도 직원의 작은 실수는 거의 용납을 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당연이 좋은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물론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왠지 사람 사는 정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본당에서도 그렇습니다. 회의를 할 때면 정확하게 분별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비판이 비난은 아닌 것을 알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조금 불편해 지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떤 것을 원하셨는지 생각해 봅니다. 비록 먼지가 나도, 비가 오면 흙탕물이 튀어도 동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흙길을 원하지 않았을까요? 조금은 늦어도, 남들이 보면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스펀지와 같은 삶을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사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댓글 1

  • 2011년 12월 9일 오후 5:46

    아멘!

매일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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