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대학 입학 수학능력 시험이 끝났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수험생들을 위한 미사와 안수가 있었습니다. 3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미사에 참례하였고, 안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시험이 끝나고 저녁미사를 할 때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수험생들은 오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저 역시도 30년 전에 시험이 끝나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한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미사에 참례를 하였습니다. 그 학생을 보는 순간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흔히들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화장실 갈 때와 화장실 다녀와서의 마음이 변한다.’ 선거에서 많은 후보들이 약속을 합니다. ‘내가 만일 선거에서 당선이 되면 이런, 저런 일들을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막상 당선이 되면 지키기 힘든 약속,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약속들은 잊어버렸다고 하기도 하고, 아예 말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제가 약속한 것들을 충실하게 지키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어제, 저녁미사에 함께 하였던 그 학생을 보면서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진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하는 성실함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힘은 어쩌면 이렇게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도 감사를 드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직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혜는, 진실은 화려한 언변과 공허한 약속들 속에 있지 않습니다. 지혜와 진실은 정직과 우직이라는 뿌리에 감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어릴 때, 숨은그림찾기라는 것을 해 보았습니다. 어린이 신문에 주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에는 옛날이야기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 안에는 또 다른 물건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제가 찾았던 그림들은 ‘주걱, 신발, 곰방대, 복주머니’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어쩌다 숨겨진 숨은 그림을 찾으면 보물을 찾는 것처럼 기뻤습니다.
숨은 그림을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다른 방향에서 보는 것입니다. 성공, 명에, 권력이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참된 지혜라는 그림을 찾기 어렵습니다. 사랑, 나눔, 봉사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 세상은 아름답고,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보석이 많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경쟁과 승리를 위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이웃들에게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퇴근길에 아내를 위해서 장미꽃을 사가는 남편, 부모님의 생일을 기억하고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자녀들,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 ‘여보! 사랑해 우리가족은 당신을 위해서 기도할게요. 오늘도 힘내세요!’라는 편지를 넣어 주는 아내는 각박한 세상에서도 하느님께서 숨겨두신 아름다운 그림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라는 그림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그 그림을 볼 수 없었고,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 않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화답송은 우리에게 좋은 대답을 해 주고 있습니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말하고, 창공은 그분 손의 솜씨를 알리네, 낮은 낮에게 말을 건네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네. 말도 없고 이야기도 없으며,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지만, 그 소리 온 누리에 퍼져나가고, 그 말은 땅 끝까지 번져 나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