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1주일

2011. 10. 30. 오전 5:01:43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해마다 10월의 마지막에 바쁜 가수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잊혀진 계절’을 부른 가수 이용입니다. 가사 중에 ‘10월의 마지막 날’이 나오기도 하고,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가 가을의 끝에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본당의 선교 산악회에서 어제 설악산엘 다녀왔습니다. 가을의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노란색, 빨간색, 아직은 파란색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 시원한 바람과 흐르는 시냇물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요일에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비록 선거운동 기간에 서로에 대한 비방과 비난이 있었지만 승리한 사람은 실패한 사람에게 위로를 해 주고, 패배한 사람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승리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승리한 사람만이 서울에 사는 것도 아니고, 패배한 사람이 인생에서 실패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자리’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좋은 장소를 의미합니다. 여름에 계곡에 가면 이런 현수막이 있는 것을 봅니다. ‘물가자리, 시원한 자리가 있습니다.’ 이는 같은 음식점이라도 시원하고 물이 흐르는 자리에 있는 곳이 더 좋다는 뜻입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물건을 파는 곳은 자리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 버스 정류장이 있는 자리, 큰길가의 자리는 권리금도 많이 주어야 합니다. 그만큼 매출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성당도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번에 성모 동산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 잔디를 심고, 꽃을 심고, 나무를 심을 것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십자가의 길도 조성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들이 쉴 수 있는 자리, 함께 모여 기도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지나가는 길을 의미합니다. 별들이 지나가는 길인 별자리와 같은 것입니다. 별들은 해마다 정해진 길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별들이 마음대로 지나가는 자리를 바꾼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도와 나침판이 없던 시대에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던 배들은 별자리를 보고 거친 바다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사회의 지도자들은 바른 행실과 신념으로 바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하고, 행정부의 관리들은 그 법을 제대로 수행해야 합니다. 사법부의 판사들은 그 법이 공정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세 번째는 사람의 품격과 인격을 나타내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자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덕망이 있고, 품위가 있고,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예전에 왕의 자리는 특별히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것을 ‘御座’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자리는 바로 권위와 직책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런 자리를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잔치에 초대 받으면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더 높은 사람이 오면 여러분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차지하게 될 영광의 자리를 묻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내가 마실 고난의 잔을 함께 마실 수 있습니다. 내가 지고가야 할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나라의 자리는 여러분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자리는 이미 하느님께서 정해 놓으셨습니다.’
오늘 성서말씀도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제1독서는 바로 공정의 길, 하느님의 길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은 공정의 길, 하느님의 길을 가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길에서 벗어나 너희의 법으로 많은 이를 넘어지게 하였다. 너희는 나의 길을 지키지 않고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하느님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축복과 은총을 받을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겸손의 자리를 말씀해 주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생선을 담은 종이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나고, 장미꽃을 담은 종이에서는 꽃향기가 납니다. 사람의 자리는 그가 지녔던 직책과 능력이라는 포장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자리는 그가 보여주었던 겸손과 사랑이라는 내용이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바로 이와 같은 겸손과 사랑이 가장 큰 자리임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제2독서는 겸손과 사랑은 그 행실로 드러나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의 수고와 고생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신앙인들이 가야하는 길은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입니다. 그 길은 교만한 사람, 자신의 짐을 남에게 지우려는 사람, 위선과 욕심이 가득한 사람은 결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밤낮으로 열심을 일하는 사람, 높은 자리를 탐내지 않고 낮은 곳에서 주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길입니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에 겸손과 사랑, 희생과 십자가가 찍혀있다면 그 길은 주님의 길입니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에 욕심과 교만, 위선과 가식이 찍혀 있다면 그 길은 주님께서 바라시는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을 보면 어디고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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