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간 수요일

2011. 10. 19. 오전 6:35:27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월요일에 용인 천주교 묘지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성직자 묘지가 있습니다. 성직자 묘지에는 고인이 되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도 모셔져 있고, 시흥동 본당에서 시흥5당 본당을 분가시켜 주셨던 최광연 모이세 묘소도 있습니다. 그날 최광연 신부님 선종 2주기를 맞이해서 본당의 연령회원들과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내비게이션 입력을 잘못했습니다. ‘용인천주교 묘지’로 입력을 해야 하는데 그만 ‘용인 묘지’로 입력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버스기사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천주교 묘지로 가는 줄 알았습니다. 예상시간보다 한참을 더 간 후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용인 묘지였습니다. 그곳에는 물론 김수환 추기경님도, 최광연 신부님도 모셔져 있지 않았습니다. 버스기사는 나중에 입력을 다시 하였고, 우리는 1시간가량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목적지가 잘못 설정되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제가 사제이기 때문에 신학을 공부하였고, 교리를 좀 더 알지만 그것이 저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지름길은 아닙니다. 저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충실함,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직책에 있어도, 어떤 일을 하여도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로 갈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천진암’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100년을 생각하면서 성당을 짓고 있었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터 닦기가 끝났고, 제대로 쓰일 커다란 돌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75년 동안 조금씩 성당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진암 성지를 보면서 문득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하려는 저의 성격을 반성하였습니다. 제가 있을 때 모든 것을 이루려는 저의 아집도 반성하였습니다. 하느님께는 천년도 하루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께는 하루도 천년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결실을 맺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지금 당장 꽃이 피지 않아도, 지금 당장 열매를 맺지 않아도 그렇게 서운해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요즘 우리는 제1독서에서 ‘로마서’를 읽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일관되게 말씀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은 율법과 기득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며 신앙은 하느님을 믿는 의로움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율법과 기득권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하느님의 선물을 어떻게 보내는지 생각하며, 문득 예전에 어느 식당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힘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읽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지혜의 샘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신이 부여한 특권입니다. 웃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주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이기적 이기엔 우리의 하루가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지상 최대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생각하고, 읽고, 사랑하고, 웃고, 나누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갈 수 있습니다
.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매일복음 묵상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