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교우분들과 함께 산행을 하였습니다. 호압사를 거쳐서, 한우물, 찬우물, 팔봉, 연주암을 거쳐서 서울대학교로 내려왔습니다. 6시간 산행을 하면서 내게 도움을 주었던 것은 지팡이였습니다. 지팡이는 성서에도 나옵니다. 유명한 것은 모세의 지팡이입니다. 모세가 지팡이로 홍해바다를 치니, 바다가 갈라졌습니다. 지팡이는 양들을 치는 목자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양들을 무리로 몰고 가고, 또 사나운 짐승을 만나면 쫓아내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지팡이는 베드로 사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성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교회의 전승은 우리에게 이렇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박해를 피해서 로마를 떠나려 하였습니다. 가는 길에 베드로 사도는 로마를 향해서 걸어가는 주님을 만났습니다. 베드로는 그 유명한 말을 합니다.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네가 박해를 피해서 도망을 가니, 내가 또 십자가를 지고 가야겠구나.’ 베드로 사도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의지하던 지팡이를 땅에 꽂고 로마로 가서 순교하였다고 합니다. 베드로 사도가 꽂았던 지팡이는 한그루의 나무가 되어서 순례하는 사람들에게 굳센 믿음의 표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주교님들은 전례 때에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십니다. 이는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베드로 사도가 그랬던 것처럼 지팡이가 믿음과 순명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지팡이가 교회의 권위를 드러내 주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때의 일입니다. 학교에 가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추운 겨울이었고, 바람도 불었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버스 안이 너무 좋아서 그냥 지나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학교로 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내려야 하는지 알았지만 어렵게 잡은 자리가 좋았고, 버스에서 내리면 추울 거라는 생각에 그만 내리지 못하였습니다. 살면서 중학생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는 않지만 다른 면에서 중학생 때와 비슷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17년 동안 담배를 피웠습니다. 지금은 담배를 끊은 지 16년이 되었지만, 처음에 담배를 끊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담배가 가지는 중독성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입니다. 술도 그렇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다음 날 일을 하는데도 지장을 줍니다. 무엇보다 기도하는 시간을 빼앗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잔 술의 알뜰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신앙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들이 있습니다. ‘기도, 희생, 봉사, 나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의 정거장을 지나치곤합니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나누겠다고 하면서 지금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성당에서 주어지는 희생과 봉사의 시간들과 나의 여가 시간이 겹쳐지면 내 몸과 마음은 희생과 봉사보다는 인생을 즐기는 여가 시간으로 기울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십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십니다. 죽은 이들의 문제는 죽은 이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