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의 첫 주일입니다.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달입니다.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보내는 시간만큼, 내가 원하는 것들을 위해서 쓰는 시간만큼 나는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서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수요일 아침에 병자성사를 다녀왔습니다. 작년 12월에 쓰러지셔서 지금까지 병실에만 계시는 형제님입니다. 병실에는 형제님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형제님을 위해서 기도를 드리면서 생각했습니다. ‘만일 내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그냥 누워만 있어야한다면 어떻게 할까?’ 형제님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은 제게 병자성사를 청하였고, 저는 형제님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에 한 예비자가 제게 이렇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성가대를 하고 싶다던 자매님이셨습니다. 저는 자매님께서 무슨 질문을 하실지 궁금했습니다. 교리에 대한 것인지, 성서에 대한 것인지, 신앙에 대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자매님의 질문은 저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신부님도 외로우시죠?’ 혼자 살기 때문에 외로울 거라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주일 저녁 모든 미사가 끝나고 텅 빈 성당에 혼자 있을 제가 외롭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외로워 보이시나요?
예비자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정호승님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우리들 모두는 어쩌면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병실에 누워계신 미카엘 형제님도, 지난 5월부터 혼자되신 저의 어머니도, 높은 크레인에서 벌써 300일가량 홀로지내는 노동자도, 뜨거운 여름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는 재수생도, 모든 짐을 털어버린 시장도, 언론과 방송에서 연일 사퇴압력을 받는 교육감도, 결혼기념일도 잊어버리는 남편을 둔 아내도 모두 외로운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도 외로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던 제자들은 모두 도망쳤습니다. 호산나라고 외치던 사람들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고함을 칩니다. 혼자 들기에는 너무 무거운 십자가이기에 넘어지는 그 순간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외로움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래서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이 말씀은 바로 외로움과 고독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성서말씀은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고독을 넘어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모두 이 한마디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행동이 함께 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그 사랑이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들었습니다. “네가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사랑의 실천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사랑의 실천은 신앙인들에게 의무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고, 이웃의 걱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고, 형제의 허물과 잘못을 진실한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이 세상에 “보초”를 서야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경고를 슬기롭게 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것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요란한 괭가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남을 위해서 불 속에 뛰어 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연중 23주일
2011. 9. 4. 오전 4:37:20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