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1주일

2011. 8. 21. 오후 4:44:52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 여름은 기억나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거의 매일 계속되던 비가 아닐까요? 그렇게 무덥고, 그렇게도 많은 비가 내리더니 시간은 피할 수 없듯이 가을은 어느덧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 온 것 같습니다. 문득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윤동주님의 시가 생각납니다.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바람을 떠올리면서 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지난주에 마티아 신부님과 식사를 하던 중에 신부님께서 제게 질문을 하나 하였습니다. ‘사목이 무엇입니까?’ 사제를 사목자라고 부릅니다. 그러기에 사제는 사목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20년 동안 사제요 사목자로 지내온 저는 신부님의 질문을 받고 사목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목이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었지만 섬기로 오셨던 예수님처럼 신자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목이란 ‘서비스’입니다. 교회에는 일곱 가지 성사가 있습니다. 사제는 성사를 성실하게 집행하면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고백성사, 성체성사, 병자성사는 신자들의 고민과 아픔을 치유해 주고, 영적인 양식을 드리는 성사입니다. 그 준비에 충실하고 그 집행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특히 가난한 이, 아픈 이, 외로운 이들과 함께 하였듯이 사목이란 모든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 고난을 겪기도 하고, 십자가를 지고 가기도 해야 하고, 박해를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사목이란 장난이 아닙니다.

사목이란?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복음이란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먼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선포하는 것입니다.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신앙 안에 있었지만 쉬고 있는 교우들에게 다시금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지만 큰 감동과 기쁨이 적은 신자들에게 왜 복음을 믿어야 하는지, 왜 복음을 살아야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제가 먼저 복음을 살아야 하고, 복음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사목이란? 본당의 재정, 조직, 건물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재정은 투명하게 하고, 그 예산은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하게 사용하여야 합니다. 많은 본당에서 예산이 적어서 문제가 되기보다는 많은 예산을 독단적으로 사용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본당에는 많은 단체와 조직이 있습니다. 조직과 단체가 발전하고 촉진되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봉사할 사람들을 선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듯이, 사제들은 봉사자들과 함께 본당을 운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제자들은 예수님에게서 영광과 승리와 명예를 보았는지 모릅니다. 세상의 허물을 없애주고 새로운 왕국을 건설할 메시아로 보았는지 모릅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 하였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께로부터 선별된 사람입니다. 그리스도는 권한과 능력도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희생도 있어야 합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골고타 없는 하느님 나라도 없었습니다. 죽음이 없는 영원한 생명은 또한 없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다음 말씀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반드시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렇습니다. 신앙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입니다. 많은 성인들은 바로 이 십자가 열쇠로 하느님께로 갈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우리들에게 십자가를 지운다면 고마워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 열쇠를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 마음에 몇 개의 십자가 열쇠가 있는지요? 아니면 타락과 욕심의 열쇠만 가득한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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