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9주간 목요일

2011. 10. 20. 오전 5:38:03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예전에 읽었던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1797년 황해도 곡산이라는 오지의 부사로 임명되었습니다. 다산을 총애하던 정조가 이런 오지에 다산을 보낸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곡산은 소요지역이었습니다. 곡산의 전임 부사가 군포를 1년 사이에 4배 이상으로 올리는 바람에 농민들의 허리가 휠 지경이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세금에 항의하는 1000여명의 주민들이 관아에 몰려가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주동자는 이계심(李啓心)이라는 농민이었습니다. 관에서 이계심의 체포령을 내리고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었으나 주민들이 기꺼이 이계심을 숨겨주므로 행적이 오리무중이었습니다.

다산이 임명장을 받자 주위의 고관들이 모두 이계심을 잡아들여 사형시켜야 한다고 열을 올렸습니다. 다산의 부임행차가 곡산에 들어섰을 때 웬 사나이가 갑자기 행차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바로 이계심이었습니다. 그는 백성을 괴롭히는 12가지 병폐에 대한 호소문을 신임 부사에게 전달하려고 투옥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당장 체포하라고 성화였으나 다산은 오랏줄로 묶는 대신 그냥 따라 오라고 했습니다.

관아에 도착한 다산은 호소문을 찬찬히 읽어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고을에 모름지기 너 같은 사람이 있어서 형벌이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백성을 위해 그들의 어려움을 대신 호소했구나. 천금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너 같은 사람은 얻기 어렵다. 오늘 너를 무죄로 석방하겠다.”

다산 정약용은 세례를 받고 신앙인 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삶은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되었던 그의 형제들인 정약종, 정약전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신앙은 세상의 가치와 세상의 기준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분명하게 이야기 합니다. ‘하느님은 유대인들만의 하느님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능력과 우리의 업적에 따라서 등급을 정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십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은 그의 능력이나 그의 업적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모든 것은 하느님께 의지하는 그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유대인이든, 로마인이든, 이방인이든 모두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지면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와 같은 생각은 서열을 정하고, 등급을 매기려고 하는 우리들의 사고와 관습을 허물어 버리는 혁신적인 태도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하느님 앞에는 노예도, 여자도, 죄인도, 병자도, 이방인도, 유대인도 구별이 없습니다.’

우리가 신앙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이렇게 미사를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세상의 것과 세상의 가치에서 얻을 수 없는 참된 행복과 진리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의 것에서는 얻을 수 없는 참된 자유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그 길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은 희생의 불, 사랑의 불, 인내의 불, 십자가의 불입니다. 그 불을 통해서 우리는 부활의 영광을 볼 수 있습니다.

박 노해 시인은 사람만이 희망이란 시를 발표하였습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좋은 세상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진실한 사람,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없기에 세상에 평화가 없고, 분열과 불신이 가득한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은 ‘사람만이 희망’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따뜻함이, 우리들의 진실함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면,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지치고 힘든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시오. 나의 멍에는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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