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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옵니다.
어제 저녁 늦게 시작된 빗소리를 들으며 멜번 날씨의 오묘함을 생각했습니다.
29도였던 어제 낮기온과 바람을 생각하면 정말 행복이 절로 밀려오던 시간이었는데..
밤부터 바뀐 날씨에 옆지기의 한숨을 들었습니다.
웬 날씨가 이러냐며 적응하기 진짜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제 성격도 이곳 멜번 날씨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입니다. 적응하기 진짜 힘든 그런 스타일이죠 ㅎㅎ
누구나 성장하며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기를 바랍니다.
어릴 때야 당연히 그래야 하는줄 알고 마냥 그러기를 기대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 성격 때문에 힘들어 하던 옆지기 드뎌 어제 묻더군요.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참 무던합니다. 같이 산지 이제 18년을 넘어서야
대충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더군요.
그래서 사실 제가 좋은 아빠인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남편인지까지도..
분명한 것은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얽매여 두려웠던 것도 많았고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보고 느낀 것이 살갑거나 그러지 못해서 스스로도 어려운
시기를 거쳐야 했습니다. 가정교육 가정교육 하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어른들 하셨던 말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집수리 일을 하다보니 많은 집을 다니게 됩니다.
사람 사는 것이야 뭐 다를게 있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모습 거의 대동소이하죠.
그러나, 집안 분위기는 어쩔 수 없이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문턱 넘어 집으로 들어서면 그 집이 행복이 흐르는 집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깥 양반과 안주인의 조화라든가, 아이들이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등등..
그래서 제가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있는 옆지기의 노력을 보며 감사하며 삽니다.
때로는 무디게 살아야 하는데도 예민한 성격 탓에 스스로도 감당이 안되는 때는 정말 힘이 듭니다.
뭐 이런 것들이 높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발생한 것이라 치부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이 먹어가는 표시가 어디에도 나지 않는 모습에 그냥 화가 치밀어 오를 뿐입니다.
정말 이 나이 먹고 도대체 뭐 했길래 이 정도 뿐인가 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되는 것이 있다면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아도
그때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돌아가버리는 것들 앞에서 허망하게 무릎 꿇는
저를 보며 삽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행동은 못하고 주저앉기만 합니다.
그래서 정말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묻곤 합니다.
일상 앞에 지금 이 시간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머릿속에 맴도는 것들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저라는 존재가 아닐까 의심하며 오늘을 시작합니다. 변하지 않을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변화시킬 수 있는 오늘 이 시간의 내가 진짜 나임을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