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안젤름 그륀-을 읽고

2008. 3. 27. 오후 11: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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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안젤름 그륀-을 읽고

 

추천도서를 사려고 성물방에 들어갔다.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름이라는 책을 들고 살피다가 책장도 몇 장 안되고 사진이 반을 차지하는데, 웬 6천원! 야- 이거 너무 하잖아- 라는 생각에서 마더데레사의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로 결정을 했다.

 

몇일 후 저녁 무렵 성당 사무실에서 정해종 세바스티아노 사목회장님이 그 비싼 이름이라는 책을 들고 혼잣말처럼 이 책을 집에서  사서 반품을 시켜야 되는데 성물방에 사람이 아무도 없네 하시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 그 기회를 놓지 지 않고 뭘 물러요. 기왕 사신 거 그냥 저에게 선물이나 하시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하였는데, , 그렇게 하세요. 자-요. 하시면서 고맙게도 선물로 주시는 것이었다.

 

나는 사양 한 마디 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너고 받아 챙겼다. 그 책을 비싸다고 생각하고 사지 않았는데, 선물로 받고 보니 기분이 참 좋았다. 책을 선물로 받아 놓고 가만 생각하니, 특히 본당에서 실시하는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을 받았으니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책을 선물(사실 반 강제로 선물 형식을 취해졌지만)하신 분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읽고 느낌이 있으면 몇자 카페에 올려야 겠다고 생각하고 분당선 전철 안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오늘 짬을 내서 이름을 읽고 느낀점이 있어 몇자 적어 올린다.

 

사실 이름을 읽고 느낀 점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이름에 대한 소중함이나 고마움을 느껴본 기억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에, 내 이름에게 무척 송구함을 느꼈다. 내 아버지께서 아들 낳았다고 들뜬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서 이름 짓는 책을 펴 놓고 생일 생시 따져가며 돌림자를 넣어 지어주셨을 이름인데, 때로는 이름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은 적도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한학을 하시던 분이셨다. 향교에 출입하셨고, 중풍을 얻으셔 돌아가실 때까지 상투를 자르지 않으신, TV에 나오는 청학동을 연상케 하는 분이셨다. 지금은 나를 나아주신 아버지라는 이름은 가셨지만, 내 곁엔 새로운 이름 하느님 아버지가 함께 계신다.

 

이름 정종상 얼마나 멋 적은 이름인가. 밑에 받침이 모두 이응이고, 철들어 전화번호 책을 찾아봐도 당시엔 정종상이라는 이름이 하나도 없었다(당시는 전화를 가진 사람도 많지 않을 땐지라 더욱).

 

정말 귀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멋지고 고상한 이름도 많은데 부르기도 어렵고, 예감도 안 좋고, 내 이름이지만 정말이지 내 마음에 안들 때가 많았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 이름을 읽고 종상(鍾常-쇠북종, 떳떳상)이란 이름은 쇠 북처럼 떳떳하게 변치 말고 세상에 빛으로 살아가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이름으로 풀어 본다.

 

어느 초 여름 날 내가 살던 시골 동네에 사주 보는 사람이 찾아와 온 동네가 떠들썩 했다. 사주도 잘 보고 이름도 잘 짓는다고 온통 법석였다. 내 어머니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 이름이 혹시 나쁘지나 않은지 걱정이 되셨던지 이름풀이를 부탁하였는데, 이름이 단명(일찍 죽는 것)할 이름이라고 당장 바꾸란다.

 

그래서 지어오신 이름이 영두(英枓 꿏뿌리영, 기둥두)였다. 식구들이 한 동안 바꿔 불러주었으나 학교에 다니고 군대에 가고 그러다 보니 영두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사장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내 막네 처제 부부의 권유로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 천주교에 입문하여 교리를 받고 1989.10.18. 시흥동 성당에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게 되었다. (그때는 예비신자 교리 받는 기간이 1년이었음) 

 

그러나 주일에 미사만 참석하다 보니 누가 불러주는 사람도 없어 세례명인 프란치스코도 낯 서른 이름이 되어갈 무렵, 레지오 단원의 방문으로 1992년 레지에 입단을 하고, 구역장, 총구역장 등 본당에서 활동을 하게 되자 드디어 프란치스코의 이름이 불려지게 되었다.

 

세례명 성인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오직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서 부(富)를 스스로 버리고 가난을 자청하셨으며, 겸손을 표양으로, 고행을 즐겨 선택하신 분이다.

 

지금은 누가 “정프란치스코 형제님!, 프란치코씨!, 프란치스코 단장님 이렇게 불러주는 사람이 제일 반갑고 정겹다. 특히 오늘 <이름>을 읽고 더더욱 내 이름에 긍지를 갖게 된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항상 나와 함께 계시며 나를 불러주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신바람이 솟는다. 

 

사도행전 4,10-12에서도  "나지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곧 여러분이 십자가에 목 박았지만 하느님께서 죽은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바로 그분의 이름으로, 이사람이 여러분 앞에 온전한 몸으로 서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씀 하신다. 

 

이름을 통하여, 내가 부를 수 있는 이름, 그 이름으로 기도를 드릴 수 있고 그분께 의지할 수 있는 이름이 바로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 이시고, 또 나에게 항상 기도를 바쳐주고 계실 예수님과 프란치스코 성인이 계시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에서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 이렇게 하느님아버지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린다.

 

앞으로 내 이름이 더욱 아름답게, 또 이름 값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 '정프란치스코' 하면 "아! 그 사람, 그래 참 좋은 사람이었지!"라고 기억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셈이다.

 

나는 내 세례명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더욱 가까이 모시고 그분의 덕행을 본받기 위해 계속 사랑과 행복을 전도하는 프란치스코가 되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안젤름 그륀의 이름이라는 책장을 덮는다. 이름은 바로 내 심장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에.

 

이책을 선물로 주신 우리 본당 정해종세바스티아노 사목회장님, 그 책 다 읽고 저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였습니다. 선물 감사합니다.
 

댓글 1

  • 2008년 3월 29일 오전 1:02

    똑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사람마다 다가오는 메세지는 정말 다양한것 같아요 그래서 신부님께서 추천도서와 함께 독후감을 쓰기를 권하신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때는 편안하고 좋은데 정작 나자신이 글을 쓰려고 하며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런 곳을 통하여 얼굴을 모르는 분들도 있지만 좀더 친밀감을 느낄수 있는것 같고 우리 성당분들이 어떤생각을 갖고 있는지 조금이 나마 알게 되서 설레고 기쁨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올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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