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혓바늘이 돋았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불편하고, 말을 할 때도 불편하였습니다. 작은 혓바늘이지만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 약을 바르고, 인터넷을 찾고 그랬습니다. 또 그제께는 음식을 잘못 먹어서인지 몸이 가렵고 발진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사를 드리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나의 몸을 편하게 하고, 나의 몸이 아프면 지체 없이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바로 나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2년 전에 주교님께서 보좌신부님을 본당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제게 특별히 당부를 하셨습니다. ‘참 좋으신 분입니다. 다만 몸이 약간 약하기 때문에 신부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 주셔야 합니다.’ 주교님의 말씀대로 박신부님께서는 정말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온화하시고, 절대로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사람들에게 겸손함을 보여 주셨습니다.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하였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함께 있는 동안 몇 번 아파서 고생은 하셨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지내셨고, 이제 내일 모레면 원하시는 사목을 하기 위해서 ‘서울성모 병원’으로 떠나십니다. 신부님과 함께 지내면서 나의 몸이 아플 때처럼, 나의 몸이 불편할 때처럼, 나의 몸을 위하는 것처럼 그렇게는 못해드린 것이 아쉽습니다.
이제, 이틀 후면 새로운 사제가 본당으로 오십니다. 지난 2월 8일에 서품을 받으신 ‘새사제’이십니다. 어떤 분이 제게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새사제’이시니 신부님께서 잘 알려 주셔야 겠습니다.”무엇을 알려 드려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사제는 무엇보다 ‘기도’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제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하루 중에 소중한 시간을, 하루 중에 꼭 필요한 시간을 기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먼저 기도하지 않고 기도하라고 말을 한다면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또한 ‘겸손’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도,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도,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도, 부활하신 이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너희에게 평화’이라고 말씀을 하신 것도 바로 겸손함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말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처럼 착각했다는 이야기처럼, 사제들은 자신들이 전하는 예수님 때문에 사람들이 존경하는 것을 자신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전례’를 성실하게 집전해야 합니다. 매일 미사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강론 준비를 성실하게 하여야 합니다. 봉성체, 병자성사는 다른 어느 것보다 우선순위에 놓아야 합니다. 장례가 나면 먼저 가서 상주와 유족을 위로하고, 연도를 함께 해야 합니다. 바로 이런 것들을 충실하게 하라고 사제가 독신서약을 하는 것입니다.
사제는 특히 본당 사제는 ‘신자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신자들이 필요로 하는 곳은 늘 함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절망 중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줄 것이 많은 사람, 여유 있는 사람, 봉사를 많이 하는 사람들과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가난한 이들을 먼저 만나야 합니다. 이것은 주님께서 하신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늘 책을 가까이 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고, 세상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 세상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곳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사제들이, 우리 신앙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제1독서인 레위기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형제와 자매의 고통과 시련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거룩하시니 여러분도 거룩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세상의 지혜는 하느님의 눈에는 어리석은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게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모두 하느님께 속해 있고 그리스도에게 속해있습니다.”
온갖 사건과 사고의 틈바구니에서, 마치 바위틈에 여린 꽃이 피는 것처럼 주변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이야기, 훈훈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건강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병들고 아픈 아이들을 입양해서 기르는 가족도 있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을 기꺼이 장학기금으로 기부하는 어른도 있습니다. 30년 동안 참고 참아서 드디어 남편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린 분도 있습니다. 자칫 어둠에 가려, 세상의 기준과 세상의 논리에 가려서 아름다운 이야기, 훈훈한 이야기,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묻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그 사랑은 결국 어둠을 이기는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다는 것을 우리는 신앙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여러분의 오른 뺨을 때리면 다른 쪽도 대 주십시오. 누군가 오리를 함께 가자고 하면, 십리를 가주십시오. 누군가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주십시오.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꾸려는 사람의 청을 물리치지 마십시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완전한 사람이 되십시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