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수요일

2010. 3. 31. 오전 11:01:50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금요일에 주일학교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30여년 만에 만난 친구들을 보면서 모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자녀들 때문에 고민하고, 직장문제로 고민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모두들 신앙 안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모르겠는데 30여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저를 ‘개구쟁이’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한 것을 알고는 모두 놀랐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중년의 매력적인 사제가 되었다고 말들을 하니, 모처럼 만남의 칭찬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1983년도에 신학생인 저는 주일학교 교사들과 보좌신부님과 함께 안면도엘 갔었습니다. 30여명이 함께 갔습니다. 안면도 해안가에서 조개를 줍고 있었습니다. 한참 놀고 있다가 차로 돌아가려는데 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와 다른 두 명의 교사만 남았습니다. 그때는 핸드폰도 없던 때였고, 이미 가버린 버스를 기다릴 수도 없고, 우리는 돈을 모아 수박을 하나 사서 먹고, 길을 걸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지만 길을 따라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버스가 논두렁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였고, 버스가 길을 가다가 그만 바퀴가 논두렁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다른 교사들도 우리가 없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원망도, 서운함도 다 잊어버렸습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돌보셔서 버스의 바퀴가 논두렁에 빠진 것이 아니었을까!’

그날 민박에서 또 하나 잊지 못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랜턴을 켰는데 약이 없는 것이 몇 개 있었습니다. 저는 낮에 함께 수박을 먹으면서 걸어왔던 교사들과 함께 건전지를 사러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해변으로 가서 랜턴의 약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서 먹으면서 밤길을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네의 청년들이 저희들 앞을 막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왔냐! 왜 밤에 다니느냐!’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데 겁이 났습니다. 교사 중에 한명이 성모송을 외우니까 청년들은 무슨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알았는지 우리보고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 급박한 순간에 기도를 하던 교사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해안가에서 버스가 떠나버렸어도 하느님께서는 다시 버스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낯선 밤길에 무서운 청년들을 만났어도 하느님께서는 안전하게 지켜 주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우리도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어야 하겠습니다. 그 길이 우리를 모든 유혹으로부터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그 길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주기 때문입니다.

 

댓글 3

  • 2010년 3월 31일 오전 11:24

    어린시절 친구들을 만나셔서 얼마나 반갑고 즐거웠을까~~ 그리고 변해버린 모습들 .... 그래도 신앙안에서 함께 우리는 형제.자매들이니까 행복하네요. 사는곳은 달라도...

  • 2010년 3월 31일 오후 12:19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아멘!

  • 2010년 3월 31일 오후 12:31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주실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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