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판공성사가 있었습니다. 오늘과 토요일까지 손님신부님들께서 오셔서 성사를 주십니다. 자유라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된 자유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분별하고 그 일을 당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용운 스님은 ‘복종’이라는 시를 통해서 참된 자유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아름답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 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성모님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남자를 모르는데 아이를 가질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마을에서 쫓겨나고, 삶의 모든 것들이 무너질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들으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하신대로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간단한 말인 것 같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응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존심과 명예 때문에 나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거부할 때가 많습니다. 이기적인 마음과 욕심 때문에 나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포기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그분처럼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고, 그분처럼 섬기는 것이고,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열매와 영광만을 가지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을 통해서 참된 신앙인의 길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성모님께 대한 각별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신앙을 선포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원죄 없이 태어나셨다는 신앙을 선포합니다. 또한 성모님께서는 죄의 결과인 죽음을 거치지 않고 승천하셨음을 신앙으로 선포합니다. 또한 성모님께서는 평생 동정으로 사셨음을 교회는 오랜 전승 안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모님의 외적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은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성모님의 삶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모님은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이 구원 사업의 도구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성모님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잔치의 즐거움이 계속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게 합니다. 예수님 또한 성모님의 그런 마음을 아시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지만 혼인잔치를 더 풍요롭게 하셨습니다. 성모님은 혼인잔치에 손님으로만 간 것이 아니라, 그 잔치에 부족함이 없는지를 살피시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성모님은 십자가상에서 아들 예수님이 죽음 직전에 한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알았습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당신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사도들, 그 사도들이 함께 일구어낼 교회 공동체의 어머니가 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파티마에서, 과달루페에서, 루르드에서 발현하셨고, 우리들 신앙인의 위로와 힘이 되어 주십니다.
성모님의 그런 마음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는 마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마음, 자신의 고통 보다는 사도들을 추스르고 교회를 걱정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성모님의 마음입니다. 성모님처럼 해야 할 일을 분별하여,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천주의 성모여! 저희를 위하여 비르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