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세례 축일

2010. 1. 10. 오전 4: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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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는 눈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스키를 타고 다니는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눈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언젠가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겸손함을 주시며,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2010년도에는 용기와 겸손함을 가슴에 품고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본당에서 예비자 교리를 시작하면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6개월간 ‘종교,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인간, 성서, 성사, 전례, 교계제도와 법, 기도와 신앙생활’ 등에 대해서 교리를 가르쳐 드립니다. 교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고, 6개월간 매주 미사에 참례하고, 봉사자들과 나눔을 통해서 기본적인 신앙생활을 알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6개월간 열심히 교리를 배우면 드디어 세례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세례는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세례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가끔씩, 교리를 시작한 후에, 예비자 교리를 받으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1개월 정도까지는 받아 주지만, 그 이후에는 다음 교리반을 기다릴 수 있도록 안내를 합니다. 그럼에도 몇몇 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미 몇 개월 동안 시작된 교리반에 받아주기를 원하곤 합니다.
첫째는, 지금 교리반에 들어가지 않으면 다시는 세례를 받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가족들이 겨우 설득했고, 비록 교리를 다 모른다고 해도 세례를 받아 놓으면 성당에 잘 나올 거라고 말을 합니다.
두 번째는, 혼인을 앞둔 경우입니다. 성당에서 혼인을 하려고 하는데 세례를 받지 않으면 성당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세례를 받아야 하고, 이제 시간이 없으니 세례를 먼저 받기를 바란다고 말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정작 본인은 세례를 받고 싶은 의사도 별로 없지만, 그래서 교리를 배울 의사도 별로 없지만 부모님들은 일단 세례를 받게 하고 싶어 하십니다.

세례를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세례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알고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첫째, 세례는 ‘죄의 용서’를 받는 예식입니다. 죄란 무엇인지, 그 죄를 용서해 주는 분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제는 하느님을 따르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도록 결심을 새롭게 하는 것이 세례의 의미입니다.
둘째, 세례는 이제 ‘새로운 탄생’입니다.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되며, 가족이나 혈연의 틀을 벗어나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밥을 할 때 ‘뜸’이 잘 들어야 맛있는 밥이 됩니다. 밭에 뿌려진 씨앗도 땅 속에서 씨앗이 깨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새로운 싹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서도 교리를 배워야 하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세례는 받았어도 신앙인으로 성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례를 받은 사람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합니까? 오늘 제1독서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는 일 없이, 마침내 세상에 공정을 세우리니, 섬들도 그의 가르침을 고대하리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실하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였고,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지 않았으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사셨습니다. 세례는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필요조건이지만 그것이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아닙니다. 오늘 제2독서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예수님께서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교우 여러분!
주님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변화된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이 예뻐서, 부르기 좋아서, 생일에 가까운 축일이 있어서 세례명을 정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세례명을 정하는 것은 이미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성인과 성녀들의 삶을 본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의 도움을 청하며 세상이라는 험난한 파도를 이겨내기 위해서 세례명을 정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의 세례명을 한번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아직 세례를 받지 못한 분들은 죄의 용서를 받으며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세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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