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11월 가정 성화 미사 때, 혼인갱신식을 했습니다.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부부는 사회에서 혼인을 했어도, 하느님 앞에 혼인의 예식을 함으로써 혼인이 단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 속에 성가정을 이루어가는 것임을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혼인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시는 것이기에 혼인은 신성하고 거룩하며 혼인은 사람이 함부로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입니다.
교회는 오늘부터 한 주간을 가정 성화 주간으로 정했습니다. 가정 성화 주간으로 정해야 할 만큼, 우리들의 가정은 많은 갈등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가정이 파괴되고 가정이 단순히 하숙집처럼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구장님께서는 최근에 가정의 성화와 생명 존중의 중요성을 많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큼 가정의 성화가 시급하고,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문화가 다시 꽃피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여성이 남성에 대해 거는 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신데렐라의 꿈과 평강공주의 꿈입니다. 신데렐라의 꿈은 백마 탄 왕자님이 유리 구두를 들고서 자기를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반면 평강공주의 꿈은 현재의 남자가 온달처럼 보잘 것 없지만 자기의 헌신으로 언젠가는 그를 훌륭하게 만들겠다는 꿈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언뜻 보기에는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이미 출세해 있는 남자를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출세의 가능성이 있는 남자를 원하는 것인가의 차이일 뿐입니다. 즉 여자가 남자를 이용해서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남성도 여성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의 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미스 코리아의 꿈이나 복부인의 꿈이 그것입니다. 즉 자기 아내가 출중한 미인이든지, 아니면 뛰어난 경제력이 있어 돈을 많이 벌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꿈들은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빨리 깨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부부는 요구하며 바라는 배필이 아니라 서로 간에 돕는 배필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2009년 가장 슬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풀빵장수’ 최정미 씨의 이야기를 방영했습니다. 선천적인 소아마비로 태어난 최정미 씨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던 중, 함께 살던 남자는 곁을 떠났습니다. 이제 7살과 5살인 ‘은서와 홍현’이를 혼자서 키우기로 하고 ‘풀빵기술’을 배워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은 아직도 그녀 곁에 머물면서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소화불량이 계속되어 병원엘 갔더니 ‘위암’이라고 합니다. 위의 70%를 절제하고, 오직 아이들을 위해서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위암은 결국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습니다. 아이를 사랑했고, 열심히 살고 싶어 했던 최정미 씨는 결국 사랑하는 두 아이를 남겨놓고 하느님 품으로 갔다고 합니다. 사랑하고 싶어도 그 사랑을 다 할 수 없어서 세상을 떠난 최정미 씨를 보았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좋은 여건에서 충분히 사랑하면서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는데, 우리 스스로 그 사랑의 소중한 가치를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는 교우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가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가장 큰 걱정은 아들이 장가가는 것도, 좋은 직장을 갖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는 잘 다니던 성당에 지금은 나가지 않는 자녀들이 성당에 다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교우들과 대화를 하면서 지금은 성당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녀들이 모두 신앙 안에서 성가정을 이룰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가정 성화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고통과 절망,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가장 커다란 힘입니다. 저의 집은 어릴 때, 늘 온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를 했습니다. 때로 기도하기 싫었던 적도 있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했던 것은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아이들은 학교 공부 때문에 조금 크면 직장 일 때문에 함께 기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기도 소리가 작아지면 가정의 성화는 점점 힘들어 집니다.
두 번째는 대화입니다. 대화는 3가지의 차원이 있습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일상적인 대화입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밥은 먹었니?, 아이들은? 자자.’이런 것은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집에 가면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별일 없으시죠?’라고 하면 그 다음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다음은 먼가를 지적하고, 야단치는 대화입니다. ‘넌 도대체 잘 하는 것이 머냐! 지금 몇 시냐! 언제 철드니!’ 이런 식의 대화는 마음을 열 수 없습니다. 열리던 마음까지 닫게 만들기 쉽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이런 대화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끝으로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입니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네가 있어 행복하다. 오늘 너의 이야기는 아주 감동적이었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합니다. 칭찬과 격려, 위로와 희망을 주는 대화는 가정이 작은 교회가 되게 합니다.
세 번째는 신뢰입니다. 가족이 서로 신뢰하고, 서로를 이해한다면 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의 관계가 점점 경색되는 것도 기본적인 신뢰의 부족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국회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도 신뢰의 부족입니다. 아빠가 엄마를 믿지 못하면, 아내가 남편을 믿지 못하며, 자녀와 부모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가정은 성화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가정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소중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가족들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혀지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
교우 여러분!
기도와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 그리고 신뢰를 통해서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