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제는 눈이 많이 왔습니다. 서울에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눈을 치우고, 제설 작업을 해도, 끊임없이 내리는 눈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말이 없지만, 거대한 능력이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우리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우리는 자연의 변화와 힘을 보면서 좀 더 겸손해야 함을 배워야 합니다.
한 자루의 연필, 색색의 물감은 화가를 만나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도구가 됩니다. 화가는 연필과 물감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도 하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그림을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작은 것들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 기쁨을 주는 일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고,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기고 합니다.
꽃동네의 오웅진 신부님은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은총입니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꽃동네’는 아픈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 장애인들, 외로운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비상구’가 되었습니다. ‘꽃동네’는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제가 제기동에 있을 때였습니다. 경동시장 입구에 ‘무료급식소’가 있었습니다. 본당의 교우들께서 매일 무료급식소에 가서 설거지도 하고, 봉사를 하였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음식 재료가 떨어질 때가 되면 누군가가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 식당을 하시는 분, 지나가는 사람들도 도움을 주셨습니다. 당시 무료급식소는 배고픈 이들에게 희망의 집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이런 일들은 기적입니다. 왜냐하면 욕심을 가진 사람들, 이기심을 채우려는 사람들, 명예와 권력을 쫓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을 하려는 사람들,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려는 사람들, 용서받기보다는 용서하려는 사람들, 자기를 버리고 줌으로써 영생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는 기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셨습니다.
첫째는 가난한 사람들, 배고픈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지셨습니다. 그분들을 측은하게 여기셨습니다. 이제 그분들의 배고픔, 아픔, 외로움을 함께 느끼고 싶어 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예수님은 혼자서 그 일을 하려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께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하느님께 기도를 하셨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하시기 때문에 외롭지 않으셨습니다.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것’은 단순히 기적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사람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와 같은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표징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기적의 출발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셨으니,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다음, 예수님께서도 하느님께 기도를 하셨듯이, 우리도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두려움을 이기게 하는 힘입니다. 사랑이라는 배는 기도라는 에너지가 있어야 거친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습니다.
기도하는 것을 배운다는 것은 희망을 배우는 것이며, 따라서 삶을 배우는 것입니다.
낙담한 사람은 더 이상 기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희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힘을 확신하는 사람은 기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단지 자신만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어 선과 권능을 희망합니다.
기도는 성취되고 있는 희망입니다.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것은 ‘현상’입니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과 기도’라는 본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