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2009. 10. 17. 오전 9:21:42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이제 점점 날씨가 차가워 질 것입니다. 어깨를 움츠려야하는 계절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연탄에 대한 추억입니다. 지금은 도시가스와 기름보일러 때문에 연탄을 사놓는 집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겨울이 오기 전에 연탄을 사놓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집안 광에 연탁을 수북하게 쌓아 놓으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연탄 배달을 하곤 했습니다. 형들은 2장 4장씩 배달을 하였고, 저는 새끼줄로 엮어서 만든 1장짜리 연탄을 배달하였습니다. 늦은 밤이든, 이른 아침이든 연탄을 갈아야 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련한 추억입니다. 하얗게 타버린 연탄을 보면서 나는 정말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온전히 모든 것을 태울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추억은 김장입니다. 겨울이 오면 어머니는 시장에 가서 김장을 하기 위해서 배추를 사셨습니다. 그때는 먹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배추를 리어카에 가득 실을 정도로 많이 사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배추를 사가지 오는 길은 즐거웠습니다. 김장을 하면서 입안에 얼얼하도록 맛있는 배추 속을 넣은 야들야들한 배추 잎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김장을 하여, 땅을 파고 겨우내 먹을 김치를 묻는 것으로 김장은 끝이 납니다. 때로는 눈이 오기도 하고, 손이 얼 정도로 날씨가 추웠지만 긴 겨울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드는 김장은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하나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김치의 속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재료가 필요합니다. ‘찹쌀로 풀을 만들고, 고춧가루, 마늘, 젓갈’과 같은 것들로 속을 만들어 냅니다. 여러 양념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 냅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만들어 내는 양념들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친절, 사랑, 양보, 나눔, 희생’의 양념들이 들어간 삶은 아주 향기로운 맛을 낼 것입니다.

성서에 보면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자는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라자로는 가난했고 온 몸엔 부스러기나 났을 정도로 힘들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부자는 죽어서 어두운 세계로 내려갔고, 라자로는 아브라함의 품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부자는 아브라함에게 라자로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간청을 하지만 아브라함은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형제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예언자들을 보내도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의 삶이 가장 행복할까요?
첫째는 믿음을 충실하게 가지고, 현실의 삶에서도 풍족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둘째는 믿음을 충실하게 가졌지만, 현실에서는 힘들게 사는 사람입니다.
셋째는 현실의 삶에서는 풍족하게 살지만 믿음은 없는 사람입니다.
넷째는 현실의 삶도 힘들게 살면서, 믿음도 없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요?

성서를 보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서 현실의 삶도 풍족하게 살면서, 믿음도 충실하게 가졌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브라함은 믿음이 충만했습니다. 또한 많은 재물의 축복도 받았고, 자손들의 축복도 받았습니다. 다윗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충실한 믿음을 보여 주었고, 이스라엘의 왕으로 많은 재물의 축복도 받았습니다.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은 부유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위한 무덤을 준비했으며, 예수님께 대한 믿음도 충실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합왕은 부유했지만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없었습니다. 유다는 예수님을 팔아서 은전을 받았지만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셨을까요?
라자로처럼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 집에서 나오는 부스러기를 먹으며 살다가 하느님의 품으로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도 축복을 많이 받고, 주님께 대한 믿음도 충실하게 지녀 살아서도 천국을 체험하고, 죽어서도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바라셨을 것입니다.

물질에 대한 축복과 부유함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눔이 없는 부유함은, 믿음이 없는 부유함은 헛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비록 현실의 삶이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충실한 믿음이 있는 삶은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천상에서의 축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는 자는,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을 안다고 증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예수님으로 알고 대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천국으로 인도해 줄 사람으로 알고 대하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나눠주고, 도와주는 삶이 바로 예수님을 안다고 증언하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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