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7주일

2009. 10. 4. 오전 5:18:36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추석’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향을 찾아서 귀성길에 올랐습니다. 비록 가는 길이 막히고, 힘이 들어도 우리는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고향을 찾습니다. 둥근 보름달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들을 함께 보낸 추석이었기를 바랍니다. 추석하면 떠오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전쟁이라고 까지 말하는 귀성행렬, 둥근 보름달, 송편’과 같은 것들입니다. 송편에는 속을 넣습니다. ‘깨, 녹두, 콩, 밤’과 같은 것들을 넣어서 송편을 만듭니다. 송편을 이웃과 나누는 것은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입니다. 어릴 때, 추석이면 어머님께서 친척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해서 제게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소고기 반근, 돼지고기 한 근을 신문지에 싸서 주셨습니다. 지금도 추석 이 되면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선물을 전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지난 수요일에 구청 미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날 가정 복지과의 과장님께서 ‘여성들이 즐거운 추석’이 되자는 홍보를 하셨다고 합니다. ‘추석, 설’과 같은 명절에 여성들이 많은 수고를 하는 것을 봅니다. 여성들은 음식을 만들고, 안주도 만들고, 설거지도 하고, 어른들 식사도 준비해야 하고, 요즘은 운전도 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남성들은 ‘추석’에 여성들에 비해서 일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여성들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하는 추석이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무거운 것은 대신 들어주는 기사도를 보여주는 추석이었기를 바랍니다. 음식은 만들지 않더라도 설거지나, 방청소등 간단한 것은 남성들이 해 주는 추석이 되면 좋겠습니다. 남성들만 함께 모여서 술을 마시고, 여성들은 안주를 준비하는 추석이 아니라,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추석이 된다면 ‘여성들도 즐거운 추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가정과 부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의 배우자로 하와를 창조하셨습니다. 아담은 자신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나눌 배우자를 얻은 것에 대해서 무척 기뻐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축복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혼인’을 ‘성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축복으로 맺어진 부부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우리나라도 ‘이혼’을 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해에 약 10만 쌍의 부부가 헤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부부가 갈등을 일으키고,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것도 과정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신호는 '좋지 않은 첫마디'입니다. 첫마디가 나쁜 말다툼은 둘 중 한 명이 어떤 완화책을 내놓더라도 반드시 나쁜 결과로 귀결됩니다. 만일 좋지 않은 첫마디로 대화가 시작되었다면, 대화를 중단하고 한 호흡 쉬었다가 첫마디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두 번째 신호는 4가지 위험 요인(비난, 모욕, 자기변호, 도피)입니다.
누구나 함께 사는 상대방에게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는 정확하게 보세요. 뒤에서 일을 보는 사람이 불편하잖아요.” 라고 말하는 것은 불만이지만,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군대에서 특등사수였다면서 화장실에서 일도 제대로 못 봐요. 언제나 내가 바닥 청소를 해야 하다니 지긋지긋해요” 하는 것은 비난입니다. 부부싸움에서 상대방을 빈정거리거나 상대방이 말하고 있을 때 엉뚱한 곳으로 시선을 돌려 무시하거나, 상대방의 흉내를 내거나, 상대방이 도발하도록 농담을 하는 것은 모욕입니다. 이는 상대에 대해 혐오감을 품게 하므로 부부 관계에 맹독(猛毒)으로 작용합니다.

세 번째 신호는 '회복 시도의 실패'입니다.
부부싸움의 패턴은 비슷합니다. 부부싸움이 모두 이혼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 사이에 회복 시도가 성공하고 있는가, 실패하고 있는지 입니다. “잠깐 쉬자”라든가 “기다려 줘, 내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라고 하는 말도 긴장상태를 완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회복 시도를 유효하게 사용한 신혼부부 84%는 6년 후에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복 시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혀를 내밀거나 웃어버리든지 미소를 짓든지 “미안해” 하고 말합니다. “이봐, 서로 큰소리치는 건 그만두자고”라든가 “이야기가 빗나가 버렸잖아” 하고 한마디 던지는 것도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작용을 합니다.

‘행복부부와 갈등부부 23쌍을 한자리에 모아’ 실험을 해 보았다고 합니다. 실험은 흥미로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채혈을 통해 면역검사를 실시했고,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검사를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결혼만족도 지수가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보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단백질을 생성해 암을 죽이거나 세균을 죽이는 데 관여하는 ‘NK 세포’의 수치도 훨씬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부 관계가 심리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그동안의 학설에 무게를 싣는 소중한 실험 결과였습니다. 이쯤 되면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20분 동안 뛰는 것보다도 부부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이 더 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그런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참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천년에 한 번씩 오는 선녀의 치맛자락이 커다란 바위를 스쳐서 그 바위가 다 닮아 없어지는 시간이 지나야 옷깃을 스치는 인연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 주는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참으로 긴 시간을 기다려 만남을 이룬 것이고, 그런 긴 시간을 기다려 만난 그 소중한 인연인 만큼 아끼고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2009년 10월 4일 주일 미사에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잠시 옆에 계신 교우분들을 한번 보아주십시오!! 지금 우리의 이 만남은 치맛자락으로 1000년에 한 번씩 커다란 바위를 스쳐서 그 바위가 닮아져 없어지는 그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기다려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바로 이 세상의 시작이시고, 이 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짝 지워주신 만남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 모두에게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허락하셨습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우리는 우리를 짝 지워 주시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과 배려를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상을 닮은 우리들이 서로 하나가 되어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계속 이어가도록 우리를 짝 지워주셨습니다. 오늘 나의 말이 하느님께서 짝 지워 주신 것을 갈라놓지는 않는지, 오늘 나의 행동이 하느님께서 짝 지워 주신 소중한 인연의 끈을 잘라 버리지는 않는지, 오늘 나의 마음이 그 뜻 깊은 만남을 버리려고 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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