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2009. 9. 20. 오전 5:33:17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8월 중순에는 ‘통풍’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잘 걷지를 못하고,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통풍’만 사라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제 ‘통풍’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20년 전에 군에서 다쳤던 ‘치아’가 저에게 아프다고 합니다. 군에 있을 때, 작은 사고로 ‘이’를 다쳤습니다. 다쳤던 곳에 ‘금’으로 크라운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상해서 빠졌습니다. 치과에 갔더니, 새롭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치통’도 괴로운 것 중에 하나입니다.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내일 새로운 ‘크라운’을 씌우면 당분간은 ‘치통’에서는 자유로울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을 때,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몸은 40대와 50대가 다르다. 물론 60대와 70대는 더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하던 몸은 조금씩 늙어가고, 여기저기에서 자기를 알아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고통이 오면 오는 대로,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불평하고, 원망해도 그 고통이 저를 피해가는 것도 아니고, 짜증을 내고, 화를 내도 고통은 머물러야 할 만큼은 머물다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 ‘세미나’나가 있어서 갔다가, 시간이 있어서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습니다. 돌담길을 따라서 나무판에다가 좋은 글을 새겨놓은 작품들을 보았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도 새겨 놓았고, 채근담에 나오는 좋은 글도 새겨놓았습니다. 작품들은 40개는 넘었습니다. 돌담길을 따라 쭉 걷다가, 그 작품들을 만들었던 사람들 보았습니다. 그분은 오른손 손목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왼손만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손만으로 아름다운 글들을 목판에 새겨 놓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덕수궁 돌담길에 전시되었던 그 작품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쪽 손목은 없었지만, 아름다운 글들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그분의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주변을 보면, 정상적으로 살기 힘든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보지 못하는 분, 듣지 못하는 분, 말하지 못하는 분, 걷지 못하는 분, 근육이 마비되어 혼자 힘으로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장애자가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그런 입장이 되었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을 하면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 중에는 세상을 밝고 기쁘게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상인들 보다 더욱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지, 그것이 불행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건강한 몸을 가졌음에도, 삶을 비관하고 불평과 원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아픔을 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잘못을 해서 교도소에 간 사람들은 대부분 건강한 몸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은 건강한 몸으로 오히려 세상과 하느님께 죄를 지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바쳐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하느님께 사랑을 드리고, 자신들의 신앙을 지켜낸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몸의 어느 한 부분이 불편한 것도 아니고, 잠시 동안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족들과 헤어져야 하고, 온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하고, 결국은 목숨을 바칠 수밖에 없는 그런 박해 앞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지켜냈던 신앙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한국 교회는 세계에서 유래 없는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고통과 박해 속에서도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들 또한 삶의 한 가운데서 찾아오는 아픔과 절망을 이겨 낼 수 있는 지혜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입니다. 짜릿한 감동과 행복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잘못도, 뼈를 깎는 것 같은 고통과 아픔도 모두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억울함도 모두 되돌리시는 분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어리석은 것 같이 보이는 희생과 봉사, 나눔과 사랑이 결코 무가치 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해 줍니다. 순교자들의 피는, 오늘 신앙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 와야 한다.’ 오늘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간결하지만 확고한 말씀입니다. 십자가 없는 영광은 없습니다. 죽음이 없는 부활도 없습니다. 해산의 고통을 겪지 않고서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알이 깨지는 아픔이 없다면,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없습니다. 긴 겨울 찬바람과 눈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 나무만이 굵고 선명한 ‘나이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참된 신앙은, 영원한 생명은, 구원의 기쁨은 ‘십자가’라는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은 우리를 다시금 깨어 있게 만들어 줍니다. 다시 처음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줍니다. ‘환난도, 역경도, 칼도, 굶주림도, 가난도, 죽음도, 천신도 그 무엇도 그리스도와 맺어진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 예수와 사랑 안에서 일치하는 사람은 모든 삶의 장애들을 이겨 낼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한국 순교자들은 바로 그 역사의 현장입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댓글 3

  • 2009년 9월 20일 오후 2:34

    아멘!

  • 2009년 9월 20일 오후 3:16

    아~멘!

  • 2009년 9월 20일 오후 8:0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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