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3주간 토요일

2009. 9. 12. 오전 8:05:00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교회 내에서의 의사소통’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엘 다녀왔습니다. 저는 사제의 입장에 서본 교회 내에서의 의사소통이라는 주제로 15분간 발표를 하였습니다. 주교님께서 앞에 계시니까, 조금 긴장은 되었지만 나름대로 제가 경험한 것들을 말씀 드렸습니다. 어제 주교님께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은 노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말을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의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처방을 주었습니다. ‘평소와 같은 소리로 할머니께 말을 해 보십시오!’ 그날 저녁에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저녁을 준비하기에 평소와 같은 소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보, 오늘 저녁은 머요? 그래도 할머니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5번이나 할머니께 저녁 반찬은 무엇인지 물어 보았고, 드디어 할머니의 귀에 문제가 있다고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큰 소리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오늘 저녁 반찬은 닭 볽음탕’이라고 했잖아요! 다섯 번이 대답을 했는데도 못 알아들으시면 큰일입니다. 결국 할머니의 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귀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나의 허물과 잘못을 돌아보기 보다는 먼저 남의 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소통도 사실은 이런 면이 있습니다. 교회의 제도, 사람들의 성격이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들의 편견, 욕심, 미움, 원망 때문에 상대방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흙탕물은 흔들면 더욱 탁해집니다. 흙탕물이 깨끗하게 정화되기 위해서는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유물들은 가라앉게 됩니다. 물은 곧 깨끗하게 됩니다. 우리 마음의 흙탕물도 그렇습니다. 조용히 마음을 비우면 분노, 원망, 욕심 때문에 흐려진 마음의 호수는 곧 고요하게 정화되는 것을 봅니다. 부부간의 다툼도, 심한 언쟁도,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미움도 시간이 지나면 정화되고, 예전의 따뜻함을 회복하곤 합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듯이 우리는 탁해진 우리 마음의 호수를 감정의 바람을 불어 더욱 탁하게 만들곤 합니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아물게 됩니다. 저도 눈썹아래에 연탄재에 맞은 상처가 있습니다. 어릴 때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다 아물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무릎도 어릴 때, 보온병을 잘못 만져서 화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작은 흉터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 것을 봅니다. 원망과 미움, 분노와 고통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아물지 않고, 나의 마음을 흔들곤 합니다. 부부가 다툴 때도 지금의 문제로 시작하지만 예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들쳐내는 것을 봅니다. 친구들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입니다. 장자의 빈배를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그 빈 마음에 무엇인가를 채워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기도, 나눔, 사랑, 희생’입니다. 이런 것들을 채운 사람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반석위에 집을 세운’사람들입니다. 마음에 흙탕물이 들어와도 곧 깨끗하게 정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은 좋은 땅에 좋은 열매를 맺는 사람입니다.


 

 

댓글 1

  • 2009년 9월 12일 오전 10:30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아멘!

매일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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