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대중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 다음,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이제 영웅시대는 지나갔다!’ 그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었고, 역사의 현장에서 온 몸으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의 소설 삼국지에는 ‘조조, 유비, 손권’이라는 영웅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영웅들을 도와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수많은 전쟁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그러기에 삼국지를 읽으면 재미가 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도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주인공은 자주 나오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영웅인가 생각합니다. 첫째는 특출한 능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을 통솔하는 지도력도 있어야 하고, 상황을 예리하게 파악하는 판단력도 있어야 하고, 잘못한 사람들을 너그럽게 품어주는 포용력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시대를 타고 나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삼국지의 영웅들은 중국 한나라 말기의 혼란이 없었다면 등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에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도 식민지와 전쟁의 상처를 겪었고, 너무나 가난했던 나라가 아니었다면, 군사독재의 엄한 칼날이 없었다면 영웅이란 이름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셋째는 사람들이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혼자 잘났어도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으면 ‘독불장군’에 지나지 않습니다. 능력과 재능을 나라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용한 사람들에게 영웅이란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그저 잘난 사람일 뿐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께서 알아주시는 그런 영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큰 능력은 없을지라도, 탁월한 지도력은 없을지라도, 국제 정세를 예리하게 파악하는 판단력은 부족할지라도, 신앙인들은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길은 하려고만 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을 신앙인으로 잘 키우고, 가정을 화목하게 꾸려가는 어머니는 신앙의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어깨를 하고 집에 돌아오지만, 그래도 환하게 웃으며 자녀들과 친구가 되어주는 아버지, 아내를 위해 작은 꽃 한 송이라도 준비하는 아버지는 신앙의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길가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부축해 드리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말동무를 해 준 아들도 신앙의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예쁘고, 잘 생기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키가 늘씬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는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에 어떤 모습이라도 다 예쁘게 보일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신앙의 영웅이 되는 조건을 몇 가지 말해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한 번도 아첨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구실을 붙여 탐욕을 부리지도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그 증인이십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찾지도 않았습니다. 여러분에게서도 찾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찾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위엄 있게 처신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에서, 자녀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처럼 온화하게 처신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신앙의 영웅이 취해서는 안 될 것들을 말씀하십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