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피정에 함께하는 학생들은 38명입니다. 38명의 명단과 방 번호가 벽에 붙어있습니다. 피정을 지도하는 신부님들은 13명입니다. 신부님들의 명단도 휴게실 벽에 붙어있습니다. 명단을 보면 누가 함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많은 이름들을 보게 됩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명단은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일 겁니다. 직장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승진자 명단에 있는 것을 좋아할 겁니다.
사제들은 주교님의 명에 의해서 자신의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됩니다. 교구에서는 인사이동에 대한 공문을 발표하고, 사제들은 자신들이 가게 될 새로운 임지를 공문에 적힌 명단을 보고 알게 됩니다. 주교님의 명이라면 그곳이 어디든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가는 것이 사제들의 기본자세입니다. 저도 시흥5동 성당으로 오는 것을 인사이동 공문을 보고 알았습니다.
국립 현충원에는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그 무덤에는 각자의 이름과 직책 등이 적혀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동작동에 있는 국립묘지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하얀 비석에 검은 글씨로 이름이 적혀있는 묘비들이 세워져있었고, 그것이 참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지난번에 큰 병원에 갔었습니다. 병원 현관에 병원 건립을 위해서 도움을 준 사람들의 명단이 붙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앙인들의 이름은 어느 곳에서 볼 수 있어야 하나 생각합니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의 명단에, 자선과 나눔을 한 사람들의 명단에, 누군가를 도와준 사람들의 명단에 신앙인들의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 지금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주님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명단에 신앙인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욕심만을 채운 사람들의 명단에 신앙인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잊고, 모를 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함께 복음을 전할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복음서는 그 제자들의 이름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베드로라는 이름을 붙여 주신 시몬,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뜻으로 보아네르게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그리고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타대오, 열혈당원 시몬, 또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우리들 각자의 이름이,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 기억되고 기록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 내의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제자로서 충실해야 합니다. 주어진 능력과 재능을 하느님을 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나는 그들의 생각 속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