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부터 신학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제게는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1982년부터 1991년 사제가 될 때까지 이곳 신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도하고, 공부하고, 운동을 하였습니다. 세상을 향해 나갈 꿈과 희망을 키웠고, 때로 불의한 세상을 개혁하려는 동료들과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신학교의 교정을 돌아보았습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예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낡은 것들은 조금씩 새롭게 단장을 하였지만, 식당, 성당, 강의실 모두 예전의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방학이라 텅 빈 식당, 성당, 강의실이지만 새 학기가 되면 신학생들은 또 그곳에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꿈과 희망을 키워갈 것입니다. 졸업을 하고 사제가 되면 신학교의 생활은 곧 잊혀집니다. 각자의 삶이 바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어른들께서 신학교를 ‘못자리’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지내니, 그 말씀이 맞는다는 생각입니다. 이곳에서 꿈과 희망을 키운 사제들이 세상이라는 논에 나가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의 교정에는 ‘교가’가 있습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성신에 그느르심 아득한 이 동산에 우리는 배우리라. 구원의 Veritas!' 어제 다시 읽어 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가사의 내용처럼 살지는 않았지만, 그 가사를 만드셨던 신부님이 생각났습니다. 후배들이 바로 그런 모습으로 신학교에서 살아가기를 희망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교정에는 이런 글도 있습니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고 결정은 야훼께서 하신다."(잠언 16,1) 많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공부를 하지만, 그것을 이루어주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를 말합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을 말합니다. 피부색 때문에, 혈통 때문에 싸우고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을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지 묻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현실 앞에서 신앙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런 현실 앞에서 끊임없이 꿈을 꾸고, 더 낳은 세상을 위해서 노력하며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기도 합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이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사위는 사람이 던지지만 결정은 하느님께서 하신다.’
오늘 제1독서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믿었고,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서는 축복을 주셨다고 말을 합니다. 도자기는 도공에게 왜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모습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들 또한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실을 맺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나그네입니다.
“희망은 우리에게 영혼의 닻과 같아, 안전하고 견고하며 또 저 휘장 안에까지 들어가게 해 줍니다.”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아들은 우리들과 함께 하시며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