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비가 조금 온다고 합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비가 오지 않아서 농작물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내리는 비가 목마른 대지를 적셔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따뜻한 미소와 위로의 말은 지치고 힘든 이웃들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오늘 내리는 비처럼, 우리도 우리의 이웃의 아픔을 감싸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년 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엘 다녀왔습니다. 자발적으로 모시고 간 것은 아니고, 아버님이 올해 80이시고, 고향에 한번 다녀오고 싶어 하신다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 오는 길이 힘은 들었지만 차 안에서 아버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버님의 지난 삶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늘 산처럼 크고 높게 느껴지던 아버님의 아픔도 보았습니다. 힘들고 고단한 삶이었지만, 주어진 삶에 충실했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계신 묘소를 올랐습니다. 20분 만에 올라가서 쉬고 있는데 아버님은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올라오셨습니다. 순간적으로 죄송했습니다. 아버님은 이제 누군가를 의지하고 산에 오르셔야하는 80의 노인이셨던 것입니다. 묘소에서 기도를 드리고 내려오는 길에 아버님의 손을 잡아드리고, 부축을 해 드렸습니다. 생각하니 단 한 번도 아버님이 손을 잡아보거나, 부축해 드린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자라는 만큼 아버님은 늙어 가신다는 간단한 사실을 잊고 살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고향의 친지들이 농사지은 것들을 차에 실어 주셨습니다. ‘무, 시골 된장, 간장, 감, 호박, 고구마, 고춧가루, 밤’을 가득히 트렁크에 실어 주셨습니다. 아직은 넉넉한 시골의 인심입니다. 잠깐 보았지만 시골에서의 생활이 힘들고 고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논에 물을 대고, 오리 사료를 주고, 가뭄에 시들어가는 밭작물에 물을 주었습니다.
씨 뿌리고, 기르고, 거두는 일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는 고향 친지의 모습에서 오늘 복음을 생각합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하느님의 선물을 어떻게 보내는지 생각하며, 문득 예전에 어느 식당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힘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읽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지혜의 샘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신이 부여한 특권입니다. 웃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주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이기적 이기엔 우리의 하루가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으십시오. 그것은 지상 최대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