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한국인 첫 번째 사제 순교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늘 제단의 꽃꽂이를 보면 오늘 축일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중앙에는 배가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타고 오셨던 배입니다. 그 배는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배입니다. 배에는 검은 갓이 있습니다. 이것은 신부님께서 쓰시던 갓입니다. 갓 아래에는 영대가 있습니다. 우리를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하는 제의를 상징합니다. 배 아래에는 포승줄이 있습니다. 신부님을 묶었던 포승줄입니다. 하지만 그 포승줄이 구원의 동아줄이 되었습니다. 김 신부님은 26살 젊은 나이에 순교하셨지만, 그분의 순교는 결실을 맺어서 5500여명의 사제가 탄생하였습니다. 저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뒤를 이어서 3524번째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분이 태어난 곳은 ‘솔뫼’입니다. 그곳에는 피정의 집이 세워졌고, 많은 분들이 영적인 위로를 받기 위해서 그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신 곳은 새남터입니다. 회광이의 칼에 순교하셨지만, 지금 그곳에는 커다란 순교자 기념 성당이 세워져있습니다.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에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동료 순교자들을 위해서 성지를 보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후 이민식이라는 젊은이가 신부님의 시신을 모시고, 걸어서 미리내까지 갔습니다. 김 신부님께서 묻히신 미리내에는 103위 순교성인을 기리는 성전이 세워졌고, 오늘날 많은 분들이 김 신부님의 삶을 배우기 위해 순례하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자신 있게 사람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지, 제가 걸어온 길을 따라서 사람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고, 희망의 불을 보면서 걸오 올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없습니다.
한 교우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부님들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직업으로 치면 정말 좋은 직업입니다. 존경 받지요, 먹고 살 걱정 하지 않지요, 여행도 편하게 다니지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 사람들의 눈에, 신자들의 눈에 사제들이 어떤 모습으로 보여 지는가 생각을 했습니다. 단적이 예이지만, 사제들이 겸손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사제들이 가난하게 살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사제들이 자신들의 직무에 헌신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오늘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주일날 성당에 못나올 일이 많아지고, 바쁜 사회의 일로 기도 시간은 늘 뒤로 미루어지고, 성당에 가도 겨우 시간 맞추기가 바쁘고 10-20분 늦기가 일수고, 신부님의 강론 시간에는 주보를 보거나, 자거나, 딴 생각하고, 신부님의 강복이 있기도 전에 무엇이 그리 바쁜지 일어나야 되고, 용하다는 점쟁이, 철학관, 무슨 도령이라는 곳에 가서 자신의 앞날을 알아보고 싶고 실제로 가서 복채도 내고, 교회에서 하는 일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뒤로 빠지고, 양심을 속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목숨 바쳐 지킨 신앙의 선조들이 보시면 하도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올 행동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하지는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린아이에게 100원짜리 눈깔사탕을 주고 100만 원짜리 진주를 달라면 줍니다.” 어린이는 그 가치를 모르니까요.
김대건 신부님께서 순교하실 때, 오늘날 이렇게 많은 사제가 배출되고, 신앙인이 많아지고, 신앙의 자유가 생기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박해의 칼이 너무 강하고,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순교자들의 피와 땀 위에 이렇게 아름다운 한국교회를 세워주셨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순교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교회를 발전시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순교자들의 피와 땀이 무색할 정도로 나약하고,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잠시의 편안함과 육신의 자유보다는 영원한 삶과 그 영원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참된 신앙을 선택하였고 그래서 오늘 우리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의 수호성인이 되셨고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존경하는 성인이 되셨으며 천국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편안하고 쉬운 길보다는 어렵고 힘든 길 그러나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길은 때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줍니다. 하지만 그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인내를 배우고 그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키워주고 그러한 끈기는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희망을 낳습니다. 또한 그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께서 걸어가신 신앙의 길, 희생의 길, 순교의 길을 끝까지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