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에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먼저 이번 폭우로 희생되신 분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자비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분들에게는 주님의 도우심으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다행히 비는 그칠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여 피해 복구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도 많은 피해가 있었습니다. 호압사 입구에 산사태가 나서 터널이 막혔고, 벽산 아파트 5단지 쪽으로 많은 토사가 밀려왔습니다. 은행나무 사거리 쪽의 상가에도 토사와 빗물이 들어와서 피해가 있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우리가 서로 도와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7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사제 생활의 동반자인 절친한 동창신부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동창신부는 별로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친구들이 좋아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먼저 친구들의 말을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마치 음식을 만들 때,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서 녹아들어가는 조미료와 같습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음식은 그 음식에 녹아있는 조미료의 힘이 큽니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은 맛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조미료처럼 늘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도움을 주는 동창신부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교우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힘든 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에 언제나 함께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한 일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 향기가 진해서 이웃에 널리 퍼지는 분들입니다.
며칠 전에 반가운 뉴스를 들었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에 보내는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을 정부에서 허락했다는 뉴스입니다. 천주교회에서는 밀가루 100톤을 보냈습니다. 한국 교회는 오래전부터 북한의 주민들을 위한 지원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꼭 해야 하는 우리들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남과 북을 중심으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이루어지고, 지난날들의 앙금은 다 털어버리고 남과 북의 경제,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재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금강산 관광, 개성관광, 백두산 관광도 다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북녘의 동포들에게, 병들어 고통 중에 있는 북한의 동포들에게 우리의 사랑, 우리의 나눔이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내보낸다고 합니다. 미관상 좋지 않고, 서울역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도 명동에서 생활할 때 을지로 지하상가를 지날 때가 있었습니다. 밤 9시가 넘으면 노숙자들이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 느낌은 걱정도 되고, 그 다음 느낌은 곁을 지날 때 조금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노숙자들을 서울역에서 내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노숙자들에게 재활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 그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적성 본당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본당 신자 중에서 화재로 집이 전소한 분이 있었습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였고, 본당의 공소회장도 했었고, 가족 모두가 성당의 일에 헌신적으로 봉사했었습니다. 마침 성당에 비어있는 숙소가 있었습니다. 본당 교우들은 집을 새로 지을 때까지 성당에 있는 숙소에서 지낼 수 있도록 제게 청하였습니다. 저는 신자들의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4개월 동안 본당의 비어있는 숙소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습니다. 형제님께서는 성당 숙소에 있으면서 관리인처럼 성당의 일을 하였고, 나중에 집을 새로 지어 입주한 후에는 감사헌금을 하였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오늘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제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저희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많이 가진 가운데 나누어 주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습니다. 없는 가운데서 먼저 배고픈 이웃들과 나누기를 바라셨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주님께서 행하셨지만 그 시작은 제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이번에 폭우로 인해서 본당 신자들 중에 피해를 입은 분들이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똑같이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이 먼저 그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 나는 확신 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