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을 보내고...

김재화

2004. 10. 4. 오후 1:56:59

오늘 아침에 일어나 워싱턴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배가 아직도 너무나 아팠기 때문이다.

 

세시간을 가야하는 장거리 운전 중에 또 설사가 나올까봐 걱정이 되었다.

 

몸에 열도 아직 식지 않았다.

 

온몸이 가시로 찌르는 듯한 통증도 아직 있었다.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러다 복음의 말씀이 머리를 때렸다.

 

종은 주인이 시키는 일을 할 뿐이다.

 

나는 주인이 바라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이 가슴을 때렸다.

 

주님이 하라고 시키셨으니, 가다가 일이 벌어져도 책임을 지라고 퉁퉁거리며 차를 몰았다.

 

다행히 아무일이 없이 워싱턴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이제 주교가 되기위해 준비를 하러 떠나는 파더 잔의 미사에 참석을 했다.

 

오래간만에 드리는 영어 미사라서 그런지 무척이나 떨렸다.

 

미사 후에 만난 신자들의 환한 웃음.

 

나를 반겨주는 그들의 웃음을 보는 동시에 아픔이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내 안색을 걱정하며 이 약 저 약을 청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기뻤다.

 

주인이 종에게 감사함을 표하지는 않지만,

 

주님은 나에게 이렇게 보답을 해 주시는구나...

 

오늘 피곤함에 젖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종의 의무를 다한 나 자신이 흐뭇하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에게 이런 힘을 주심에...

 

그리고 내일부터 금요일까지 시에틀에서 서울교구 신부님들 모임이 있다.

 

많은 신부님들을 만나 마음에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 5

  • 2025년 11월 10일 오후 8:24

    편찮으신 몸을 이끄시고 주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신 후에 받는 위로와 기쁨으로 힘을 얻으셨네요. 저도 그런 마음자세로 살아보렵니다. 저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

  • 2025년 11월 10일 오후 8:26

    입니다. 하고 말하는 종이 되어....

  • 2025년 11월 11일 오후 3:38

    편잖으신 몸으로 먼길을 가신 신부님 그곳에서 위로와 기쁨을 얻으신 덕분에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저도 행복합니다.

  • 2025년 11월 19일 오전 6:48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픔을 잘 참으시는 신부님께서 얼마나 괴롭고 괴로우셨을까? 마음이 전달을 받으니 그때 신부님을 괴롭히던 그 아픔들이 미워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한 모습과

  • 2025년 11월 19일 오전 6:48

    마음으로 성무일과와 성직의 삶을 잘 살고 계시니 감사드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