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주일 마태 28,16-20
오늘은 전교 주일입니다. 교회는 오늘을 전교 주일로 선포함으로써, 우리 신앙인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신앙이란 자신만을 위한 고립된 영적인 성장을 위한 무엇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임을 말입니다.
제가 중학생일 때의 일입니다. 파푸아 뉴기니에서 선교를 하시는 교구 신부님이 본당에 오셔서 2차 헌금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은 제가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 선교사였습니다. 그 분의 강론을 들으며, 많은 분들은 한참을 울었고, 어린 나이의 저였음에도 불구하고, 신부님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 용돈의 얼마를 헌금으로 넣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을 통해 어린 제가 느낀 것은, 선교라는 것이 “무척이나 힘든 일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어린 저는 선교라는 것,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 미지의 세계에서 신앙을 전한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신부가 되어서 그렇게 힘든 일에 한 몫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체험한 선교는 미지의 땅에서, 주님의 말씀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이미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뿌려진 곳에서 추수를 하는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고, 누구에게도 자랑할 것 없는 평범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더 이상 예수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세상에서, 선교란 이제 모험도, 자랑도 될 수 없는 우리들 삶의 한 모습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전교 주일을 맞이해 교황님께서는 담화문을 선포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담화문에서 선교에 대해 “온 세상을 위한 모든 교회”라는 주제로 함축적으로 설명하십니다. 그 말을 통해, 교황님은 “교회는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이며, 그리스도의 선교 명령은 부수적인 것이나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교회의 핵심에 이르는 것”임을 강조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 선교는 단지 성직자나 수도자들의 몫이 아니라, 신앙을 살아가는 모든 이의 몫입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신자들에게 선교는 더 이상 단순히 복음화 활동에 협력하는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주인공이고 공동 책임자로 인식하는 문제”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더 이상 교황님은 선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면서, 우리에게 선교를 위해 목숨을 내어 놓으라는 위협적인 말씀을 하지 않으십니다. 교황님의 선교에 대한 담화문이 이제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강론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황님이 담화문에서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시는지 깊이 동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 교회는 자신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의심하는 제자들처럼, 많은 신앙인들은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신앙을 굳게 지키고 있는 이들은 새로운 믿음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톨릭 신앙의 힘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나라를 뽑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미국을 지적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도 점점 신앙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수많은 나라에서 많은 신부님들이 파견되고 있습니다.
제가 있을 동안에도 많은 나라에서 교구 선교사들이 왔습니다. 하지만 무너져 가는 신앙의 울타리를 다시 세우기에는 역부족임을 보았습니다. 매년 새로 서품을 받는 신부님들의 수가 한 자리를 넘지 못합니다. 은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당을 맡을 신부님들의 수가 부족해 은퇴도 하실 수 없습니다. 사제의 평균 연령이 70을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저와 함께 계셨던 사제 중에도 60년을 넘게 사제직을 수행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의 수가 워낙 부족해 몇 개의 본당을 한 사제가 맡아 운영을 해야 합니다. 저와 같이 젊은 사제를 만나면, 미사에 참석하셨던 분들이 감사의 말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자신들이 계속 미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느님이 보내 주신 선물이라고...
한국은 아니 우리 서울 교구는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축복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교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서 벗어나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이 베풀어 주고 계신 축복을 받는 자로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왜 하느님께서 우리 교회에 이런 은총을 베풀고 계시는지를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교회만을 돌보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져버렸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기에는 우리 교회에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너무나 큽니다. 좀 더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시간이 된 것입니다. 이제는 도움을 받는 교회가 아닌 도움을 주는 역할을 우리 교회가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안에서 모두 한 형제, 자매가 되었습니다. 선교란 바로 이렇게 형제, 자매를 주님 안에서 온전히 일치시키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우리는 선교를 통해 주님이 원하시는 온전한 교회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제 그 몫이 우리의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이 일치를 위해 노력한다면, 예수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에게 당신의 은총을 선사해 주실 것임을 약속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 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