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겸손. 예수님이 원하시는 종과 같이 자신을 온전히 낮춘다는 것이 무엇인가? 과연 나는 내가 밭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 펑펑 놀고 있는 주인이 밥을 차리라고 하면, 그저 예 하고 대답을 할 수 있는 그런 충직한 종인가?
언젠가 동기 신부 몇 명이 휴가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름 캠프를 끝내고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무거운 육체를 이끌고 기분 좋게 떠난 여행이었다. 그런데 3일 정도 지났을 때 한 동기 신부의 주임 신부님에게 전화가 왔다. 그 신부는 우리의 눈치를 보며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임 신부님이 휴가를 간다고 자신더러 내일 새벽 미사를 하라고 하신단다. 우리는 서로 그 친구를 바보 같다고 욕을 했고, 자신이 휴가를 간다고 휴가인 보좌 신부를 불러올리는 그 주임 신부에게 저주를 퍼 부었다. 그 때는 그 동기 신부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휴가에서 돌아온 우리를 배웅하러 왔고, 그 날 자신이 올라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 주었다. 자신이 올라오지 않으면 주임 신부는 그냥 자신의 휴가를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신자들에게 너무나 미안해 자신이 그냥 휴가를 즐길 수 없어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들은 숙연함을 느꼈다.
바보 같은 종이 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바보 같은 종이 되어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름다운 존재로 머물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시련이 우리에게도 올 수 있다. 왜 이런 무리한 요구를 나의 삶에 주님이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가 더 큰 무엇인가를 바라볼 수 있고,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면, 더 큰 행복을 타인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