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6 주일 ( 추석) 강론

김재화

2004. 9. 24. 오후 10:35:26

연중 제 26 주일 (추석)

지난 주에 우리는 약은 청지기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과 세상의 제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오늘의 말씀은 그 이야기의 결과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연속적인 비유로 들린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현세의 복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기에 부자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그들의 생각을 뒤바꾸신다. 부자는 하느님의 축복일지 모르지만, 그 축복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그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인 것이다.
그래서 라자로에게 한번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베풀지 않았던 부자는 이 세상의 끝날-종말에 아버지의 나라로 들어갈 여지조차 없는 곳에 머물게 된 것이다. 부자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가 주신 것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과 아버지 사이의 골을 파고 만 것이다. 지금 자신과 아버지 앞에 있는 건널 수 없는 거리는 스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현세의 가난은 하느님이 주시는 저주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생각을 바꾸신다. 가난이란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냉대로 인해 생기는 하나의 악의 발생임을 말이다. 라자로는 분명 가난한 자로서가 아니라 개들조차 먹을 것이 풍부한 곳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를 돌보지 않은 것은 하느님이 아니시다. 하느님은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이 세상에 내 놓으셨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이 세상에 나면서부터 인간은 이 세상과의 관계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아버지가 손을 쓰시려고 해도 이 세상에는 아버지의 손길을 거부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아버지가 이 세상으로 건너올 수 있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비유의 마지막에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을 부자의 동생들에 대해 언급을 하신다. 이 세상은 이미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들일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가난이 존재하고, 억압이 존재하고, 불평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자로는 불평하지 않는 존재로서 우리에게 부각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늘 감사하며 떨어진 부스러기에도 만족했던 사람이다. 아주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예수님은 라자로를 드러내시고 계신다. 그는 결국 아버지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그래서 안겨 있는 존재로 비유되고 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얽매여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오늘의 복음은 우리들이 삶의 방향을 어느 곳으로 열어야 하는지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이제 한가위가 내일 모래로 다가와 있다. 설날이 새해를 시작하기 위해 마음을 준비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라면, 한가위는 한해동안 베풀어진 것에 감사드리고, 가족과 함께 모여 그 감사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우리들 한해 동안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릴 수 있어야겠다. 수 많은 죽음의 현장이 난무했던 올 한해를 죽지 않고 살아넘길 수 있었음에, 어려운 경제 여건 안에서도 가난함의 아닌 넉넉함을 주셨음에, 혼탁한 환경 속에서도 무럭무럭 잘 자라주고 있는 자녀들이 있음에 우리는 감사드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추석.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수 많은 미국의 이웃들을 생각하며 조용히 그들의 마음에 풍요로움이 찾아들기를 기도한다.

댓글 5

  • 2025년 11월 2일 오후 8:03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임을 깨우쳐 주심에 감사드려요. 개만도 못한 인간이 되어서는 안됨에도 어떤때는 자꾸 옹색해지는 마음이

  • 2025년 11월 2일 오후 8:06

    들 때가 있네요. 명절에도 가족과 함꼐 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넉넉하고 풍요로우신 신부님 최고십니다.

  • 2025년 11월 3일 오전 10:07

    있는것에 감사하며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함께나눌수 있는 사랑의마음주시도록 간청합니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 2025년 11월 4일 오전 11:24

    주어진 것에 감사할줄 아는마음 당연시하는 병에서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선물임을 함께했던 교우를 생각하고 기도하시는 신부님을 보니 아버지 하느님을 느끼며 마음이 따듯해짐에 감사드립니

  • 2025년 11월 12일 오전 6:26

    큰 깨달음을 주신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관심없이 살아온 나 자신을 돌보고 이웃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기도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지금까지 살아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