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게 된다.
나는 언제부터 슬픔이라는 것을 맛보게 되었는가?
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느냐면,
인간의 삶은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주어지는 슬픔을 맛보게 되면서,
나는 그 슬픔을 맛보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것이고,
그 노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내가 최초로 맛보았던 슬픔...
그 슬픔은 무엇인가...
내가 기억하는 내 슬픔의 시작은 이 일이 아닌가 한다.
물론 작은 슬픔들은 아주 어릴 적에도 있었겠지만,
내가 누군가 타인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슬픔을 맛보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인것 같다.
어느 날 어머니는 나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500원짜리 지폐를 한장 주셨다.
솔직히 지폐였는지, 동전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동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어머니가 주신 그 동전을 나는 주머니에 넣고 하루종일 만지작 거렸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어린 나는 아마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더 신이 나 있었던 것 같다.
항상 모든 것을 어머니는 직접 해결해 주시고, 사주셨기 때문에
나는 그 전에 직접 내가 원하는 것을 사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수업이 끝나기를 하루종일 기다렸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문방구로 향했다.
그 곳에서 나는 다른 형들이나 내 또래 아이들이 무엇을 사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문방구의 주인인듯한 할머니는 한번에 달려드는 어린 손님들 때문에 정신이 없는지,
연신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할머니에게 돈을 주며, 이것을 살까 저것을 살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리고 할머니에게 내가 결정한 무엇인가를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다.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생각이 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하다.
할머니는 나에게 돈을 내라고 나에게 무서운 얼굴로 물었다.
나는 이미 돈을 드렸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받지 않았다고 나를 물건을 훔치는 아이로 취급을 하셨다.
아까부터 화를 내고 있던 할머니는 돈을 드렸다고 우기는 내 모습에 급기야 뺨을 때렸고,
나는 놀라서 울기시작했다.
할머니는 그런 어린 나를 달래기보다 더욱 무섭게 나를 다그치셨다.
나는 허전한 빈손을 주머니에 넣고, 하루종일 만지작 거렸던 그 동전의 여운을 느끼며,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집까지의 얼마 되지 않는 거리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던지...
그 거리를 계속 목 놓아 울면서 걸었다.
집에 도착하면 호랑이 같은 어머니에게 또 혼날 것이 두려워 눈물이 멈추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역시나 어머니는 울면서 집에 온 나를 바라보고,
이유를 대라며 나를 윽박지르셨다.
내가 울면서 사정을 이야기하자,
어머니는 나의 손을 끌고 그 문방구를 향해서 달려가다시피 하셨다.
그리고 그 할머니를 내가 손으로 지적하자,
어머니는 참지 못하는 성격을 이기지 못하시고,
그 할머니와 한 판을 할 기세셨다.
할머니는 인생의 연륜이 깊으신만큼
우리 어머니를 보자마자 어떤 분이신지 알아보시고,
아까 나를 몰아부치시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셨다.
그리고 나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가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거지취급 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셨는지,
그냥 나의 손을 끌고 집으로 돌아 오셨다.
그러면서 나에게 칠칠치 못하다며 오히려 나를 계속 나무라셨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내 최초의 설음깊은 슬픔이다.
아주 자세하게, 하나도 잊혀지지 않은 듯할 정도로...생생한 슬픔의 기억.
왜 이 기억이 나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이런 기억때문에
사람에게 오해를 사는 것을 무척이나 두려워 하고,
내 처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한다.
내 인생에 최초로 느낀 나의 슬픔...
왠지 지금은 그 슬픔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나의 과거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