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조수미가 미국을 방문했다.
신자분의 초대를 받아, 콘서트에 가게 되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내고, 지친 몸으로 콘서트를 간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무척이나 거창하게 지낸다.
다민족이 사는 이 곳에서는 모든 민족이 하나가 된 날을 기념하며,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미사를 봉헌하기도 한다.
본당에서는 복음을 한국어로 읽었다.
신자들은 알지도 못하는 언어를 들으면서도,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리고 함께 야유회를 가졌다.
그렇게 긴 하루를 지낸 지친 몸으로 조수미의 공연을 가게 된 것이다.
단 신부님과 함께 간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나를 아는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수고를 겪어야 했다.
어디를 가도 편안하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사이 배가 많이 불렀구나...하는 채찍질을 나 스스로에게 했다.
이제 조금 익숙해진 생활에,
건방진 생각을 하는 내 자신.
인간은 이렇게 쉽게 자기 교만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힘겨운 인사를 나눈 끝에 들어간 공연장에서,
난 인생의 성공을 거둔 한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년 자신의 음악 생활을 기념하는 여인.
음악에 자신의 삶을 바친 여인의 당당함이 그 자리에 있었다.
얼굴 표정 하나 하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그 당당함에서 흘러 나오는 그녀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
그 즐거움에 빠져 있다,
내 스스로에게 또 채찍질을 하게 되었다.
이 자리는 내 스스로가 오른 자리가 아니라,
주님이 주신 자리임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고...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주어지는 주님의 은총 앞에서,
때로 겸손함을 잊게 되는 때가 있다.
내 스스로가 만나는 사람들의 부와 명예와 성공이 마치 나의 것인양 착각하게 되는 때가 있다.
사람은 늘 그렇게 주위에 도취되게 되어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말.
지금 나에게는 경계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말이되었다.
지금, 내일의 피정을 준비하며,
주님께 겸손을 달라고,
내 자신이 가진 가난을 잊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