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인가 부족해야지만 감사함을 더 느낄 수 있다.
요즘 한쪽 팔을 쓰지 못 하게 되면서,
주님이 얼마나 오묘하게 인간을 만드셨는지 깨닫고 있다.
마천동에 있을 때에,
축구하다 한쪽 발을 못 쓰게 되었을 때도 이런 깨달음을 얻었었는데,
회복되자 마자 금새 나는 그 감사함을 잊어버렸다.
이 세상을 얼마나 조화롭게 만드셨는지...
내가 이렇게 한쪽 팔을 못쓰게 된 것은 시에틀에 휴가를 가서 생긴 나 자신의 실수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따스했다.
나의 유일한 행복인 스키를 즐길 수 없었던 겨울.
그런데 시에틀에는 너무나 많은 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눈들을 보며 흥분하고 말았고,
몸도 풀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급에 올라갔다.
나의 교만이 나에게 이런 상처를 입히고 만것이다.
난 내 휴가의 첫날을 그렇게 보내야 했고,
병원을 매일 가야만 했다.
나 자신의 손가락 하나가 뿌러진 아픔보다는
나 때문에 스스로의 휴가를 망쳐야 하는 다른 신부님들에게 느끼는 죄송함이 더 컸다.
하지만 하신부님도, 심신부님도 나에게 불평을 하지 않았다.
두 분은 모두 나만을 걱정해 주셨다.
그렇게 병원을 오가던 차 안에서 내가 신부님들께 죄송한 마음에서 이런 이야기를 드렸다.
" 왜 하느님은 삼위일체 이시면서 인간의 팔은 세개를 만들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팔 하나가 부러저도 불편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그러자 심신부님이 말씀을 하셨다.
"바로 내가 그 세번째 팔이야."
나는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나보다 10살이나 많으신 선배 신부님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구나...하는 감동.
이 세상은 참으로 조화롭게 만들어졌습니다.
그 조화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을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살짝 한걸음만 비껴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주님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