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조화로움.

김재화

2006. 2. 25. 오전 1:56:55

사람은 무엇인가 부족해야지만 감사함을 더 느낄 수 있다.

 

요즘 한쪽 팔을 쓰지 못 하게 되면서,

 

주님이 얼마나 오묘하게 인간을 만드셨는지 깨닫고 있다.

 

마천동에 있을 때에,

 

축구하다 한쪽 발을 못 쓰게 되었을 때도 이런 깨달음을 얻었었는데,

 

회복되자 마자 금새 나는 그 감사함을 잊어버렸다.

 

 

이 세상을 얼마나 조화롭게 만드셨는지...

 

 

내가 이렇게 한쪽 팔을 못쓰게 된 것은 시에틀에 휴가를 가서 생긴 나 자신의 실수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따스했다.

 

나의 유일한 행복인 스키를 즐길 수 없었던 겨울.

 

그런데 시에틀에는 너무나 많은 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눈들을 보며 흥분하고 말았고,

 

몸도 풀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급에 올라갔다.

 

나의 교만이 나에게 이런 상처를 입히고 만것이다.

 

난 내 휴가의 첫날을 그렇게 보내야 했고,

 

병원을 매일 가야만 했다.

 

나 자신의 손가락 하나가 뿌러진 아픔보다는

 

나 때문에 스스로의 휴가를 망쳐야 하는 다른 신부님들에게 느끼는 죄송함이 더 컸다.

 

하지만 하신부님도, 심신부님도 나에게 불평을 하지 않았다.

 

두 분은 모두 나만을 걱정해 주셨다.

 

그렇게 병원을 오가던 차 안에서 내가 신부님들께 죄송한 마음에서 이런 이야기를 드렸다.

 

" 왜 하느님은 삼위일체 이시면서 인간의 팔은 세개를 만들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팔 하나가 부러저도 불편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그러자 심신부님이 말씀을 하셨다.

 

"바로 내가 그 세번째 팔이야."

 

나는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나보다 10살이나 많으신 선배 신부님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구나...하는 감동.

 

 

 

이 세상은 참으로 조화롭게 만들어졌습니다.

 

그 조화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을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살짝 한걸음만 비껴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주님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댓글 8

  • 2006년 2월 25일 오전 9:18

    항상 한 발자국 비켜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신부님 되시고. 빠른 쾌유를 빕니다.

  • 2006년 2월 26일 오전 10:47

    참으로 오랜만에 신부님의 소식을 듣네요. 많이 불편하실텐데 어쩐대요. 빨리 완쾌하시길 빕니다.

  • 2006년 2월 27일 오후 5:58

    참 오랜만에 신부님소식 들으며 반가움과 함께 걱정되네요. 시간이 가야 나으니까 더 조심하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힘내세요 !

  • 2026년 6월 12일 오전 8:25

    젊은시절의 신부님의 활기와 패기가 보입니다. 손가락부상으로 느끼신 조화로움에 대한 묵상이 저에게도 크게 다가옵니다. 심신부님의 "바로 내가 그 세번째 팔이야."하신 말씀에 감동을

  • 2026년 6월 12일 오전 8:28

    받으신 신부님을 보며 저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살짝 한걸음만 비켜서서 세상을 바라보며 주님의 조화로움을 느끼며 오늘을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6년 6월 12일 오후 5:03

    심신부님의 사랑이 전달됩니다. 나도 이웃에게 그런 마음가짐과 사랑을 하며 살아가기를 다집해 봅니다. 그리고 매일에 감사하며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다시한번 깨달으

  • 2026년 6월 12일 오후 5:04

    며 신부님의 소중하고 솔직한 나눔에 감사드립니다.

  • 2026년 6월 15일 오후 4:45

    얼마나 불편하셨을까요 또한 심신부님의 사랑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그따뜻한 사랑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도한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