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피정을 마치고...

김재화

2006. 1. 31. 오전 10:49:25

조금 전에 피정을 끝냈다.

 

하루의 짧은 피정이지만,

 

늘 누군가와 함께 주님에 대한 말씀을 나눈다는 것은

 

슬픔이요,

 

그와 동시에 기쁨인 것이다.

 

많은 분들이 자신이 겪은 힘든 삶을 나에게 들려 주었다.

 

그 분들의 삶은 그 자체가 힘겨움이다.

 

하지만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하루를 마감하셨다.

 

다들 기쁘게 돌아갔는데,

 

왠지 나는 허전함을 느낀다.....

 

그리고 왜 더 많은 것을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더 많은 것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더 많은 것을 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고 허전하기만 하다.

 

 

 

사제로서 살아가는 것은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에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가진 것은 쥐뿔도 없지만,

 

나눌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많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본당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얼마전에 동생이 나에게 조카의 사진을 보내 주었다.

 

난 조카의 사진을 보면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졌다.

 

해 준것이 하나도 없는데, 녀석이 방긋 방긋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아픈 마음을 신자들과 나누었다.

 

한 주가 지났다.

 

한 신자분이 무엇인가를 나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그 자매님의 며느님이 조카를 위해 무엇인가를 사주셨다는 것이다.

 

몇 번인가 뵌적이 있는 며느님은 개신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행복하셨으면 하셨다고 하신다.

 

나는 그저 내 마음의 한 조각을 나누었을 뿐인데,

 

그 자매님은 더 큰 조각을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세상은 나누고 사는 속에서 행복이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이 빈약함이라면 가난을 나누면 된다.

 

자신이 가진 것이 노여움이라면 누군가와 화해를 나누면 된다.

 

자신이 가진 것이 즐거움이라면 웃음을 나누면 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솔직하게 나누지 않으면 곁에 있는 사람과 가까와 질 수 없다.

 

 

 

요즘은 그렇게 나눔을 하느라 조금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누면 나눌수록 나누어야 할 것이 왜 이렇게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조금은 힘들지만,

 

행복하다.

 

 

 

그래도 청소부 아저씨만큼은 힘이 들지 않을 듯 하다....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분들을 위해 기도 시간을 조금 나누어 드려야 하겠다....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댓글 12

  • 2006년 1월 31일 오후 12:40

    신부님의 풍성한 마음이 왠지 코등이 시큰해 지며 감사한 마음이 듬니다. 행복하시길....

  • 2006년 1월 31일 오후 3:23

    나눔에 힘들어도 행복하시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감동 합니다.

  • 2006년 1월 31일 오후 8:37

    아기도 귀엽고 신부님 말씀도 감동 입니다.....

  • 2006년 2월 1일 오후 2:35

    오랜만에 신부님의 나눔을 보니 무척 반갑네요. 굉장히 바쁘시죠? 그럴수록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래요. 고맙습니다.

  • 2016년 8월 5일 오후 6:09

    10년이 지난 오늘 좋은소식일까?아픔이 있는 곳에 자비를 베푸소서,

  • 2017년 8월 4일 오후 2:43

    가진 것이 죄스러움 뿐인데 어떻게 용서를 빌지? 신부님 미국으로 가신지 1년이 다가오는데 왜이리 수십년 된것 같을까/건강하게 사목 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2026년 6월 11일 오전 8:40

    피정을 통해서 기쁨을 가득 안고 돌아가시는 분들의 미소가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더 많이 못 나누어 주신것을 아쉬워 하시는 신부님의 마음이 더 아름답습니다. 신부님의 말씀

  • 2026년 6월 11일 오전 8:42

    대로 저도 가진것을 솔직하게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사진을 보니 세월이 쏜살같음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 2026년 6월 11일 오후 2:15

    나누어 주시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 하시는 사랑의 마음 전달이 되어 찡 합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미카엘의 모습 정겹습니다. 가진것을 솔직하게 나누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신부님

  • 2026년 6월 12일 오후 4:57

    신부님은 모든 것을 가지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시는 신부님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고 모든걸 다 가지신 것같습니다.

  • 2026년 6월 12일 오후 4:59

    신부님의 조카가 이렇게 신부님을 바라보고 웃고 있으니 신부님은 행복하십니다. 그리고 신부님좋은 말씀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026년 6월 14일 오후 2:14

    신부님은 주시고도 더주시고싶어하시는 그마음이 사랑으로 다가옵니다.어디에서든 따뜻한마음을 갖고 생활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에서 행복을 저도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