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관에서 사무실로 또는 성당으로 오는 길,
난 그 길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무들 사이로 난 그 좁은 길을 걸으면,
왠지 홀로 깊은 산중을 거닐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요즘은 한 가지 행복이 더 늘었다.
그 행복한 길에 낙엽들이 쌓여 있어서,
그 길을 거닐을 적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낙엽을 밟으며 거닐어본 사람은 안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얼마나 마음에 행복을 주는지.
그런데 그 낙엽들이 또 다른 묵상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은 슬프게 한다.
내 발 아래 밟히는 낙엽들.
그 낙엽들은 젊음의 색깔을 다 잃어버리고 죽음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높은 곳에 달려 있던 그 낙엽들은 어쩌면 무수한 인간들이 달려가는 높은 이상들이 아닐까?
그렇게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지만,
결국은 어느 날 이 낙엽들처럼 낮은 곳으로,
내 발 아래에 밟히는 낙엽들처럼, 진정 낮은 곳으로 임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높은 곳에 오르면 오를수록 떨어지는 높이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나는 고통은 그 높이에 비례하는 것이다.
세상을 겸손하게, 낮게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낮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하겠다, 언젠가 다할 내 운명을 묵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