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루시아 자매님의 하관식이 있습니다.
하루 늦은 하관식.
자매님과 우리가 이 세상에 하루 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연도를 해 주러 오시고,
기도도 해 주시고,
물적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루시아 자매님으로 인해 모두가 행복을 마음에 심은 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진정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곳에 어제 제가 루시아 자매님께 드렸던 글을 올립니다.
루시아 자매님,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미사입니다. 자매님과 함께 이 세상에서 드릴 수 있는... 어제 저는 루시아 자매님 댁에서 당신의 가족들과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 때 정수, 환범, 정우 녀석이 자매님을 위해 드리는 기도를 들으셨겠지요?
처음에, 자매님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 동안 마음의 고통으로 인해 눈물도 참 많이 흘렸는데, 이제는 아픔이나 슬픔보다는 루시아 자매님이 남겨주고 가신 사랑으로 인해 감사와 행복이 더 크게 제 마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제 루시아 자매님이 새롭게 한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보고 또 다시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리고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옷을 입혀 드리며 루시아 자매님과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저 분이 혼자 살아가실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모든 것이 주님의 뜻과 루시아 자매님의 사랑 안에서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제가 루시아 자매님 앞에서 고해 성사를 보아야 할 것이 있는데... 자매님의 죽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알지 못했다면 속이나 썩이지 않았을텐데... 마음에 묵직히 자리하고 있는 그 비밀로 인해 늘 루시아 자매님을 뵐때마다 죄인 같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죄도 용서 받지 못하고 이렇게 루시아 자매님을 떠나 보내게 되었습니다.
한데 지금 돌이켜 보면, 루시아 자매님께서는 이미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 합니다. 처음에 봉성체를 갔던 날, 왜 그렇게 서럽게 우셨던지..... 그 때는 그냥 서로가 끌어 안고 우느라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는데, 아마 자매님이 흘리신 그 수 많은 눈물 속에는 제가 말씀 드리지 못했던 진실에 대한 앎과 저에 대한 용서가 들어 있지 않았나 합니다...... 원망이라도 한번쯤 하셨으면 이렇게 마음이 죄스럽지는 않을텐데...
루시아 자매님, 제가 행복하다고 말해도 화내지 않으시겠지요? 루시아 자매님, 당신이 없어도 허전하지 않다고 말해도 섭섭해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제가 프란치스코 형제님과 정수와 환범이와 정우와 신나게 낚시를 다녀도 삐지지 않으실거지요? 루시아 자매님이 저희 안에서 함께 웃고, 행복하고, 기뻐하시리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제가 루시아 자매님에게 섭섭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제는 어디가서 루시아 자매님이 차려주던 그 정성스러운 밥상을 받아보나 하는 것입니다. 신부님들에게 무엇이든 다 내어 놓으셨던 자매님의 사랑....
아마 제 평생에 잊지 못할 말 한마디가 있다면, 루시아 자매님이 의식을 잃으시고 하셨던 말씀입니다. 혜영이 어머니에게 말씀하셨지요...."신부님에게 맛있는 것 많이 해 드려..." 의식이 없으신 중에도 저에게 주신 당신의 사랑을 어떻게 제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
9월의 첫째 주일. 아마 매해 그 날이 돌아오면 루시아 자매님의 생각이 날 것입니다. 아마 정수 녀석의 그 무뚝뚝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 올 것 같습니다. "신부님, 어머니 돌아가셨는데요!" 남의 일처럼 이야기 하던 녀석의 목소리....
정수녀석 말대로 루시아 자매님은 돌아가셨을 것입니다. 원래 우리가 있었던 그 자리로 말입니다. 언제나 우리 모두가 시간이 흘러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지금 루시아 자매님이 계신 곳에서 함께 웃으며 만날 수 있겠지요.
루시아 자매님, 자매님에게 한가지 더 감사를 드릴 일이 있습니다. 자매님을 통해 우리 공동체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서로를 위해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자매님을 통해 배웠습니다. 최고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자매님을 위해 기도했는데, 들으셨겠지요. 저희가 기도한 만큼 자매님도 주님 곁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루시아 자매님, 한번도 우리 이 곳 대성전에서 한국말로 미사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루시아 자매님 덕분에 이렇게 이 곳에서 우리끼리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행복하시지요.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가시는 루시아 자매님. 주님의 사랑 안에서 영원히 머무시길 기도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