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 거룩한 밤

김재화

2005. 9. 3. 오전 12:04:28

아침에 루시아 자매님을 위해 성체를 모시고 갔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우시는 루시아 자매님을 위해 해 드릴 것이 없었습니다.

온 몸에 이상한 장치들을 달고 계시는 자매님의 등을 어루만지는 일 외에는...

눈물을 참기위해 말을 많이해야 했습니다.

화도 냈습니다...

마음 약하게 먹지 마시라고,

일어 날 수 있는 병인데 왜 약해 지시냐고...

하지만 자매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자신이 살지 못하신다는 것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님과 저만 알기로 한 이야기였는데...

어쩌면 자매님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성체를 영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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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방에 앉아 책을 읽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정수녀석이 어머님이 위독하시다고.

루시아 자매님이 병실을 옮기셨습니다.

고통이 더 심하신가 봅니다.

병원에서는 이제 치료에서 손을 놓았습니다.

정수녀석은 어머님의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고통 때문에 계속 소리를 지르시는 어머니에게 위로를 주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제가 루시아 자매님에게 해 드릴 일은 기도를 해 드리는 것 뿐이었기에,

저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자매님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안고 기도를 했습니다.

얼마를 기도했을까,

자매님이 제 품에서 잠이 드셨습니다.

저는 한 손으로 자매님의 머리를 받치고,

자매님의 머리에 맺혀 있는 땀을 다른 손으로 닦아 드렸습니다.

조금 전까지의 고통은 사라진 듯 했습니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으로 루시아 자매님의 얼굴을 쳐다 보았습니다.

타인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 대해 본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왠지 생소해 보이는 얼굴.

그 생소한 얼굴을 기억속에 저장하기 위해 한참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베로니까 자매님에게 저의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타인을 위해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와 계셨던 분들...

사랑이,

주님이 주신,

주님이 가르쳐 주신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찡했습니다.

잘 살아야겠다.

삶을 아껴서 살아야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나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하겠다.

삶에 감사해야 하겠다.....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 밤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루시아 자매님에게 가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기도를....

 

댓글 9

  • 2016년 7월 10일 오후 3:51

    답을 써 봅니다, 마음에 사랑이 가득 하심과 심성이 여리심을 만납니다,에수님께서 과부를 보셨을 때 이런 마음이셨을 것 같은,

  • 2026년 5월 5일 오후 1:43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 오늘 지금 감동으로 벅차옵니다.사랑의 사도 모습 너무 아름답습니다.저도 잘 살도록 배운 것을 잊지 않도록 성령님께 기도드립니다.

  • 2026년 5월 6일 오후 1:44

    신부님의 마음이 저에게도 전해집니다. 예수님을 뵙는듯합니다. 그 사랑이 그따뜻한손길이 그마음이 온전하게 느껴집니다 저도살에 충실하도록 깨어기도하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6년 5월 6일 오후 3:19

    신부님의 따듯하고 아파하시는 마음이 제게 느껴져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사제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할수 없는 사랑을 보여주신 신부님 감사합니다. 저도 삶을 충실하게 살아서 주님품으

  • 2026년 5월 6일 오후 3:19

    로 안길수 있도록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 2026년 5월 7일 오전 10:26

    300번 성가를 부릅니다. 사제의 맘은 예수 맘 우리를 애써 돌보시며 어디서나 길 잃은 양 주님께 인도해주시네. 3절까지 부르고 사랑으로 신자들을 돌보시는 거룩하신 신부님께 존경과

  • 2026년 5월 7일 오전 10:26

    감사를 드립니다.

  • 2026년 6월 9일 오전 6:55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신부님께서 자매님을 품에 않고 계신 모습 얼마나 뜨겁게 기도를 올리셨을까요? 사랑이 참으로 예수님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참 모습으로 간절함이 자매님의 마음에

  • 2026년 6월 9일 오전 6:57

    평안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사제들이 계시기에 교회는 오늘도 잘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