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3 주일 강론

김재화

2005. 4. 10. 오후 10:54:22

부활 제 3 주일

우리는 지금 죽음에서 일어선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미사를 지내고 있다. 죽음에서 일어선다는 것을 우리는 어쩌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죽음이란 인간에게 죄가 들어와 생긴 병과 같은 것이다. 인간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인간에게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은 모든 죄를 없이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예수님이 죽음에서 일어서셨다는 것은 그래서 우리 인간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약속일 뿐 아니라, 우리가 다시는 죄에 빠지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난 이 약속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에게 앎과 깨달음이란 완전히 다른 것이고, 깨달음과 행동으로의 실천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인간은 자신의 뇌를 움직이는 것은 빠르지만, 자신의 육체를 움직이는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3귀, 세상, 마귀, 육신 중에 하나로 육체는 자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육체는 늘 쾌락을 쫓아가기 때문에 말이다.
난 이번에 이런 육체적인 죄를 지을 뻔했다. 하지만 난 다행히 내 육체를 간신히 끌어 올 수 있었다.
저번 주중에 파더 빌이 휴가를 주었다. 자신이 먼저 일주일 휴가를 하고, 나와 단 신부에게 휴가를 준 것이다.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사제들의 모임에 참석을 했다. 그 곳에서 모든 서울교구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배들이 본당에서 겪는 이야기들과 애로점들을 서로 나누는 모습도 보고, 함께 위로와 격려를 해 주는 모습도 보고, 함께 회의도 하고, 미사도 하고, 신자들과 함께 만남의 장도 가졌다. 금요일 저녁이었다. 다 함께 내일이면 헤어지기에 우리들끼리 만찬을 갖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선배님들의 뒷바라지를 하던 나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면서도, 아쉬운 시간이었다. 만찬을 준비하다가 내일 돌아갈 것을 준비하기 위해 꺼 놓았던 셀폰에 전원을 켜고, 음성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중에 하나의 소식이 내 마음을 뒤 흔들어 놓았다. 병자성사를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난 그 음성을 무시하고 싶었다. 오늘 밤이 마지막 날인데, 그리고 난 지금 휴가 중인데...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전원을 끄기 위해 빨강색 전원 버턴을 누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전화가 왔다.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난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조심스러운 음성이었다. 그 분은 나에게 병자성사를 해 줄 수 있냐는 음성을 남기신 분이었다. 난 고민스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제가 휴가중인데..." 그 분은 내 말은 무시하고 자신의 위급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꼭 오늘 내려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 속에 몇 가지를 그 분에게 질문하고,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시고, 다시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난 다시 만찬 장으로 갔다. 그 곳에는 이미 만찬이 시작되어 있었다. 전화를 한 시간이 꽤 길었나 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야 할  자리에서 얼굴이 굳은 나를 본 한 형이 왜 그러냐고 질문을 던 졌다. 난 형들에게 조금 있다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형들은 왜 그러냐며 모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늘 그런 자리에서 누군가 자리를 뜨면 그 자리가 어수선해 진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에, 나는 형들에게 양보를 구해야 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기 전에 자리를 나왔다. 필라델피아를 떠나오면서 무척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보 같이 보이기도 하고, 나에게 전화를 건 자매가 밉기도 하고, 그 자매에게 나에 대한 소식을 주신 다른 자매가 더 밉게 생각도 되었다. 그러다 문득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수많은 군중들의 환호와 환영. 그 영광의 순간을 떨쳐버리기 위해 예수님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던 것일까? 그것도 영광에서 수난으로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자리를 버리고 새로운 곳을 찾아 발을 내 딛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될 수 있는지 묵상할 수 있었다.
인간은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서 육체와 영혼의 분열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육체와 영혼의 분열. 인간에게는 죽음의 상황과 같은 것이다. 다행히 난 그 순간을 잘 겪어내고 부활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는 은총에 참여를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위독한 할머니의 이마와 손에 기름을 바르고 기도를 해 드릴 수 있었기에. 그리고 나에게 전화를 주신 분의 마음에서 하나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는 구원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부활의 기쁨을 맞볼 수 없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은 옛것에 얽매여 있기에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새로움을 알아볼 수 없었다.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입는 시간. 그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부활의 시간들인 것이다. 빵이 주님의 손에게 쪼개어 지듯이, 우리의 모든 것을 과거로부터 깨어 놓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주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댓글 10

  • 2005년 4월 11일 오후 1:31

    깨달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5년 4월 11일 오후 1:59

    병자성사를 허락하신 하느님은 찬미를 받으소서

  • 2005년 4월 19일 오전 7:57

    자리가 자리니만큼 마음의 갈등은 잠시이지만 마음의 기분으로 안가셨으면 아마 평생 마음의 무거운 짐은 영원히 남아 있었을겁니다.마음의 평화를....주님께 감사!.....

  • 2026년 2월 26일 오전 8:01

    죽음과 부활에 대한 신부님의 강론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약속을 믿고 알고 깨달은 것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은총을 구합니다.신부님의 결단으로 위독하신 할머니께서 행복한 마지막을

  • 2026년 2월 26일 오전 8:03

    맞이하실 수 있으셨네요. 깨끗한 마음이어야 깨어있을 수 있다고 하시는데 신부님은 깨끗하고 고운 마음으로 살아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6년 2월 26일 오전 10:51

    맡겨진직무가 어렵게느낄때가 얼마나 많으실까요 그것을이기시고 용가있게일어서신 우리신부님 역시훌륭한사제이십니다. 저희도그렇게 용기있게 결단을 내려살아보겠습니다.고맙습니다.

  • 2026년 2월 26일 오전 11:16

    육체의 유혹을 이기시고 승리하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 영혼을 구하신 것에 너무 고맙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이 저에게 깨달음과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6년 2월 26일 오후 6:56

    나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서 벗어나 주님의 일을 하심으로 하느님과 한 영혼을 구원하심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부활의 기쁨을 맛볼 수 없다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입는 시간

  • 2026년 3월 18일 오전 7:29

    인간은 자신의 뇌를 움직이는 것은 빠르지만자신의 육체를 움직이는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오늘 이 말씀이 저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요즘 제가 이런 상황이거든요

  • 2026년 3월 18일 오전 7:30

    생각은 잘한것같고 잘 돌아가는데 육신은 너무나 무겁고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깨닫는것도 같은데 육체는 참으로 힘겹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