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을 끝내고 함께 모여 피정을 했다.
준비된 피정이 아니었다.
먼길을 운전하고 오신 분들이라,
십자가의 길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 못내 섭섭해 보이셨다.
그 동안 이 곳 저 곳에서 피정한 것들중에서 하나를 택해 나누면 될 것 같아,
그 분들에게 피정을 제시했고,
그 분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신 것이다.
미국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남은 성당.
조용함이 깃든 그 곳에서 이 분들은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것이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에 의지하며 나는 조용히 성서를 읽어 나갔다.
헤로데가 헤로디아의 청을 받아 요한을 죽이는 마태복음 14장의 이야기.
20분간의 침묵 묵상을 끝내고,
서로가 나눔을 가졌다.
얼마나 그 분들의 목마름이 컸던지 난 이 피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들의 마음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토해냈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과거를 담아냈던 시간들이었다.
한 쪽 가슴은 시리게 아프면서도,
한 쪽 가슴에는 평화가 깃들이는 느낌...
수 많은 사람이 참석한 준비된 피정도 주님의 성령을 체험하게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피정이지만 초대된 사람들과 함께 한 이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작은 것에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마음들...
내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의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