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 주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내 할 일들을 다 접고, 내 마음까지도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조 영관 에릭 신부가 선배 신부님들에게 인사를 가겠다고 해서,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했다.
저녁에는 신부님들이 술을 한 잔 기울이는 곳에서,
술도 한잔 하지 못하고 옆에서 졸기까지 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다 피곤했지만, 행복했다.
내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피곤함들은
아직은 내가 어딘가에 쓰일만한 존재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어제 신부님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형제님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다.
아버님이 위독하셔서 한국에 마리아 자매님과 들어가신다는 소식이었다.
기도를 해 드리겠다는 위로의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마리아 자매님의 얼굴이 형제님의 목소리와 겹쳐졌다.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리던 마리아 자매님....
언젠가는 보내야할 분인데...마음을 놓아 보내기가 어려우신가 보다.
그 전화를 받으면서 난 조영관 신부를 쳐다 보았다.
만약 저 친구가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았다면
이런 시간이 내게 주어지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누구든지 곁에 있을 때 잘 해 주어야 하겠다.
떠난 뒤에는 늦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서로에게 충실하지 못한 것일까?
마음을 다한다는 것...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은총이다.
